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이 새 사내이사로 내정되면서 우리금융지주 경영체제의 안정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손태승 회장이 금융감독원 중징계에 법적 대응으로 연임을 하는 수순을 밟는 상황에서 이 부사장이 사내이사에 합류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우리금융지주 새 사내이사 이원덕, '손태승 리스크' 대비의 한 축 맡다

▲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8일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원덕 부사장이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로 새로 합류하게 되면서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군에 자리잡게 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유일한 사내이사였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이사회의 주요 경영 판단에 참여하는 데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지주사 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는 역할도 맡게 된다.

손태승 회장은 지주사 회장 연임을 막을 수 있는 금융감독원 중징계에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행정소송과 함께 제기할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돼 손태승 회장이 연임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이원덕 부사장이 다음 지주사 회장 선임까지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게 될 수도 있다.      

이 부사장은 1990년 은행에 들어와 30여 년 동안 전략 분야에서 근무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 글로벌전략팀 부장, 전략기획팀 부장을 거친 뒤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에 올랐다. 올해 2월 인사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고속승진을 했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전략 관련 업무 능력은 최고경영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으로 여겨진다. 손태승 회장도 전략기획팀장 등 전략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지주사 회장에 올랐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원덕 부사장이 다섯 명의 부사장 가운데 최연장자라는 점도 이사회가 사내이사 선임에 고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의 사내이사 내정은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우리금융지주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는 선택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다음 우리은행장 선임 등에서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않은 이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내세움으로써 새 2인자 등장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에도 내정됐다면 손태승 회장에 견줄 만한 영향력을 우리금융그룹에서 행사하게 됐을 수 있다.  

강력한 2인자의 등장은 향후 손태승 회장체제가 흔들릴 때마다 '손태승 교체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우리은행장 유력후보로 평가받았던 김정기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부문 부사장이나 손태승 회장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박경훈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이 사내이사에 올랐다면 ‘권광석 내정자 패싱’이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손태승 회장이 휘말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회장의 후계구도를 미리 준비하는 데도 이원덕 부사장의 사내이사 내정은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자 후보군 관리는 비슷한 수준의 후보가 여럿 있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후보에게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다른 후보로 바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이번 사내이사 내정으로 다음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군에 들어갔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권광석 내정자, 김정기 부사장, 박경훈 부사장에 이어 이원덕 부사장까지 다음 회장후보군으로 확보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맡게 된 인물들은 모두 손태승 회장의 최측근”이라며 “이원덕 부사장은 사내이사 내정으로 다음 회장후보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