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비어있는 부회장 자리에 누구를 앉힐까?

지역안배 고려, 경기권 인사를 통한 친정체제 강화 등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이 중앙회로 돌아오게 될 지도 주목된다. 
 
이성희 농협 부회장에 누굴 선택하나, 새 판 짜기와 맞물려 시선집중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왼쪽)과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


5일 농협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6일 열리는 농협중앙회 대의원총회 이전에 농협 임원인사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상호금융 대표, 경제지주대표, 조합감사위원장 등 주요 보직이 비어있는 상황이라 인사공백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주요 임원인사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대의원총회가 26일 예정된 만큼 그 이전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협의 안살림을 도맡는 농협중앙회의 2인자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비상임이다. 농협의 교육지원사업, 경제사업 등까지 총괄하는 부회장의 직무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일반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다름없는 자리다.  

부회장이 농협중앙회의 핵심요직인 만큼 이 회장이 친청제체 구축을 위해 측근을 임명할 수 있다는 시각과 함께 지역안배를 고려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나온다.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이 농협중앙회에 부회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에 앞서 이 전 은행장은 허식 전 부회장, 소성모 전 상호금융 대표이사,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이사 등과 함께 일괄사표를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임원들의 일괄사표를 수리하면서 대규모 인적쇄신 의지를 보였지만 새 회장 취임 이후 재신임을 받은 전례에 비춰볼 때 이 전 은행장의 부회장 임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병원 전 회장은 2016년 취임 이후 김정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이상욱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이사, 허식 상호금융 대표이사의 사표를 받아 수리한 이후 허식 대표를 중앙회 부회장으로 임명해 다시 불러들인 적 있다. 

이 전 은행장은 1960년 태어나 1949년 출생인 이성희 회장보다 11살 적다. 소통과 영업력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NH농협은행 지역본부장 시절 아침마다 다른 영업점으로 출근해 직원들과 관계를 쌓았다. 영업 능력이 우수한 직원에게 노하우를 배워 다른 지점의 직원에게 전파하고 영업 관련 포럼과 100~200명이 참가하는 맥주파티 등을 열면서 소통했다.

NH농협은행장에 취임한 뒤에는 한 달 동안 9개 영업본부를 방문해 5천여 명의 직원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성희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이 민선으로 바뀐 이후 경기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에 올랐다. 경기지역 출신의 인물을 요직에 앉힐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보직이 많이 비어있는 만큼 NH농협은행장 등 다른 자리에 지역안배를 고려한 인사를 내고 중앙회를 총괄하는 자리에 경기 출신 인물을 선임할 수도 있다. 

이 전 은행장은 경기도 포천 출신으로 상호금융 대표를 맡기 전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과 서울영업본부장을 지내는 등 경기권 인사로 분류된다.

이성희 회장은 취임 뒤 첫 인사에서 권준학 NH농협은행 부행장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으로 불러들였는데 경기도 출신을 중용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권준학 본부장은 주요 경기지역 지부장을 거쳐 2019년 11월까지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본부장을 지내는 등 농협 안의 대표적 경기권 인물로 꼽힌다.

NH농협은행장에서 부회장으로 바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이 전 은행장이 중앙회로 돌아온다면 조합감사위원장 자리로 옮길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합감사위원장은 전국의 단위농협조합 감사를 총괄하는 자리로 주로 농협중앙회 인사들이 맡아왔다.

박규희 전 조합감사위원장이 이번에 이 전 은행장 등과 같이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임상종 조합감사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다만 이 전 은행장이 서울영업본부장에서 부행장급(상무) 보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호금융 대표를 맡은 뒤 NH농협은행장으로 이동하는 ‘파격인사’의 주인공이었던 만큼 이성희 회장의 재신임을 받는다면 은행장에서 부회장으로 바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농협의 핵심 보직 가운데 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의 자리도 비어있지만 이 전 은행장이 낙점될 가능성은 부회장이나 조합감사위원장보다는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 회장이 경제사업을 농·축·인삼협 등 품목별 연합회 중심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경제지주의 대표에는 이 회장이 함께 손발을 맞출 측근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