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을 받을 수 있을까? 

김 회장은 농협금융지주의 최대 실적에 힘입어 연임을 향한 기대를 키웠지만 이성희 회장의 농협 '새 판 짜기' 인사가 본격화하면서 연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성희 대규모 인적쇄신에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갯속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반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의 특수성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의 인적 구성, 김 회장과 현 정부와 관계 등을 고려하면 연임이 무난할 것이란 시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4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3월 중순경 김 회장의 연임 여부와 다음 회장 인선을 논의하는 임원후보 추천위원회가 열린다.

김 회장의 임기는 4월28일까지인데 NH농협금융지주 정관에 따르면 임기 만료 40일 전에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이 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바꾸기 위해 사전작업을 마쳤다는 말도 나온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논의하는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NH농협금융지주의 임원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은 외부 추천으로 선임된 사외이사 4명과 비상임이사 1명, 사내이사 1명으로 이뤄진다.

이에 앞서 2월 정재영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정돼 이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회장이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을 비롯해 농협중앙회 부회장, 상호금융 대표,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 등을 한꺼번에 교체하기로 하는 등 새 판 짜기에 나선 만큼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전까지는 농협금융지주의 최대 실적을 토대로 김 회장의 연임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김 회장의 연임도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김 회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농협 임원 일괄사퇴 때 사표를 내지 않았다”며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의 절차에 따라 앞으로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회장인 김용환 회장이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한 것을 제외하면 역대 회장들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점도 연임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초대 회장인 신충식 전 회장은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났고 2대 회장인 신동규 전 회장도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당시 신동규 전 회장은 김병원 전 회장의 지나친 경영간섭에 사의를 굳혔다고 말했다.

3대 회장인 임종룡 전 회장은 임기 중에 금융위원장 임명에 따라 자리를 옮겼다.

다만 이성희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주로 외부인사를 영입해온 데다 김광수 회장의 선임에 김병원 전 회장이 크게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의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이 회장이 김 회장의 연임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NH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수장과 금융지주의 수장을 한꺼번에 바꾼다면 업무 안전성을 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사진도 김 회장에게 호의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는 정재영 비상임이사 이외에 박해식, 이기연, 이준행, 이진순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인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 등으로 이뤄져있다.

박해식, 이기연, 이준행 사외이사는 김 회장의 선임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이대훈 은행장의 연임 때도 실적 개선을 이유로 찬성의견을 냈던 만큼 NH농협금융의 최대 실적을 이끈 김 회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3월 말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뒀지만 연임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김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이진순 사외이사도 산업은행 출신인데 한국개발연구원장, 조흥은행 사외이사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인 만큼 김 회장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이사인 손 부문장은 2019년 말 사업전략부문장(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회장과 2년 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김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기관 수장의 하마평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등 대표적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점도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회장은 2017년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에 올랐다가 사퇴한 바 있고 금융감독원장 후보에도 늘 이름이 올랐다. 지난해에는 금융위원장 후보군으로도 꼽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과 정치권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성희 회장이 김 회장의 1년 연임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 김 회장의 거취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