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누가 웃었을까?

금융지주 회장들의 가장 큰 역할로 비은행 강화가 꼽힌다. 은행의 성장 정체에 대비한 비은행 강화가 필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용병 윤종규 비은행 경쟁, 작년 신한은 '외형' KB는 '내실' 거뒀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두 금융지주의 ‘외형’만 비교했을 땐 신한금융지주가 비은행부문에서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처럼 보인다.

전체 순이익(지배기업지분 기준)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34.0%로 KB금융지주의 30.8%보다 높다.

절대적 규모를 따져도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에서 1조2천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냈고 KB금융지주는 1조 원가량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KB금융지주가 내실은 챙겼다.

신한금융지주에서 비은행 주력계열사 실적이 일제히 뒷걸음질한 반면 KB금융지주는 대부분 계열사 실적이 전년보다 개선됐다.

신한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맏형인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지난해 2.0% 감소했다. 뒤를 이어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순이익도 각각 12.1%, 5.5% 줄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순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순이익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에서 1606억 원, 아시아신탁에서 107억 원이 지난해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에 반영됐다. 조용병 회장은 2018년 신한금융지주의 오랜 침묵을 깨고 두 회사를 잇달아 인수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는 모두 16개로 KB금융지주보다 4개 많다.

반면 KB금융지주에서는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등 비은행 주력계열사 3곳이 모두 선방했다. 

이 세 회사는 KB금융지주에서 비은행 강화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윤 회장이 내부적으로 똑똑한 아우 삼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KB증권 순이익은 44.2%, KB국민카드 순이익이 10.4% 늘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카드수수료 인하라는 악재에도 순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5곳 가운데 순이익이 늘어난 곳은 KB국민카드뿐이다.

KB손해보험 순이익이 전년보다 10.7% 감소하긴 했지만 다른 손해보험사들과 비교하면 선방한 편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의 순이익 감소폭은 30~40% 수준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회사들도 순이익을 늘리며 제 역할을 했다. KB자산운용 순이익은 23.5%, KB부동산신탁 순이익은 3.13%, KB저축은행 순이익은 48.2% 증가했다. 이 밖에 KB캐피탈, KB생명보험, KB데이타시스템 순이익도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전체 12개 자회사 가운데 KB손해보험, KB인베스트먼트, KB신용정보 등 단 3곳만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특히 KB국민은행 순이익이 8.0% 늘어나면서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탈환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 순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은행부문도 확대되며 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윤종규 회장은 “현재 KB금융지주에서 은행과 비은행 비중이 70 대 30이고 앞으로 60 대 40으로 만들려고 한다”면서도 “은행이 작아지면서 비은행 비중이 높아지면 안 되고 은행이 탄탄하게 앞서가면서 다른 회사들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