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국당, 선관위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허’ 방침에 당황

▲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일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주요 정당이 비례대표 공천전략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올해 총선에 대비해 위성정당을 만든 자유한국당은 소속 의원 당적 변경과 비례대표 순번 결정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당헌 규정을 손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주요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해 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총선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구체적 판단기준을 마련하며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전략공천 불가’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에 따르면 미래한국당의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과 비례대표로 출마할 의원 등을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게 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미래한국당의 현역의원 수를 늘려 총선에서 기호3번을 차지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결정하지 못하고 선거인단 선거라는 당과 후보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방법을 통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해야 한다면 자유한국당의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겨 비례대표로 출마하려는 의원으로서는 선뜻 당적을 옮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례대표 순번 결정을 위한 선거인단 구성과 선거 진행을 위한 행정적, 재정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이나 법적으로 별개의 정당으로 아직 국고보조금도 받지 못한 미래한국당으로서는 비례대표 공천에 따르는 부담이 매우 커진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천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당헌 규정을 손질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0조 제3항은 “당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자 중 당선안정권의 100분의 20 이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헌 제90조 제3항 등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 공식적으로 답변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일부 전략공천조차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일부의 전략공천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명에 이르는 영입인사 대부분을 지역구에 출마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11일 1차 인사영입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비례대표와 지역구 출마 비율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지역구 출마의 비중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는 1월에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 제1호다.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 제1호는 “정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은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별도의 호 없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만 규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 후보자의 전략공천 불허방침과 관련해 “비례대표 후보자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천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후보자 등록 때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으면 등록을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천절차를 정한 내부규약 등을 위반하면 법에 따라 해당 정당의 모든 후보자 등록을 무효 처리하는 등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6일 전희경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관위가 그 선거법을 핑계로 야당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며 “콕 집어 ‘비례대표 전략공천’ 운운한 것은 새롭게 탄생하는 미래한국당을 겨냥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6일 전체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