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비어있는 농협중앙회 곳간을 채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농업인 월급제, 농업인 퇴직금 등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농협중앙회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어 원활한 농가소득 증대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부채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오늘Who] 농업인 월급제 내건 이성희, 농협 사업부채 줄이기 시급

▲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3일 농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농협중앙회의 사업부채가 늘어나고 있어 이성희 회장이 농업인 월급제, 농업인 퇴직금 등 농가소득 증대방안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금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사업부채는 2019년 말 기준 13조42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의 사업부채는 2015년 11조3200억 원에서 2016년 11조4900억 원, 2017년 12조 4100억 원, 2018년 12조9100억 원 등 해마다 평균 5천억 원가량 늘어났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부채상환을 위해 관련 부서에서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는데 전사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농업인 월급제와 농업인 퇴직금 등 농가소득 제고방안 등은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과 함께 농협 자체의 역량이 중요하다. 

농협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자산 건전성 악화 때문에 농협 내부적으로 여력이 부족하다면 사업 추진에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농가지원을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회의 부채가 늘었더라도 부채 증가폭의 조절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성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중앙본부위원장은 “농협은 출자 구조 및 조직체계상 농협중앙회가 흔들리면 결국 계열사 및 조합도 존립기반이 위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인 경영감시와 함께 경영진이 차입금문제를 적극 해결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농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이 회장에게 부담이다. 

농가부채는 2016년 2673만 원이었으나 2018년 3327만 원으로 24.5%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농가소득은 4720만 원에서 4207만 원으로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에서 부채를 뺀 실질 농가소득은 1047만 원에서 880만 원으로 감소했다.

농업규모가 영세하고 고령화한 농가의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농가소득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실질소득을 높이는 대책으로 농업인 월급제나 농업인 퇴직금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는데 중앙회의 부채 때문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 이사와 감사위원장을 지내 농협 내부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중앙회의 사업부채를 줄이기 위해 농협의 체질 개선과 조직 및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농·축·원예·인삼협 등 품목별 축종별 연합회를 중심으로 사업개편을 추진해 농협경제지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를 금전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농협금융지주의 체질 개선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금융지주를 통해 비이자이익사업과 비은행부문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NH농협은행의 이자이익에 치우쳐진 수익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찾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1월31일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