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보수적 투자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생산성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메모리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려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늘Who] SK하이닉스 메모리 투자 신중, 이석희 가격 주도권 원하나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나타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두 곳의 업황 전망에 다소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업황에 대한 톤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수요전망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D램 수요가 20%, 낸드 수요가 30%초반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D램 수요는 10%중반, 낸드는 20%중반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다소 높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업황 개선에 힘입어 낸드 제품 출하량이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런 시각차이는 이미 각 회사 CEO들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1월초 SK그룹 신년회에 참석했을 때 “반도체업황이 작년보다 희망적”이라며 “올해 잘 하면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1월말 한국공학한림원 신년회에서 “반도체 업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실적 부진에도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400%에 해당하는 ‘미래성장 특별기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그만큼 향후 실적 회복을 향한 믿음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2020년 설비투자(CAPEX) 금액을 2019년보다 줄이는 보수적 투자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2019년 SK하이닉스 설비투자는 12조7천억 원이었는데 2020년 10조 원 이하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설비투자 계획을 놓고 “아직 수요 전망에 불확실성이 있어 적극적으로 공급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경쟁업체가 보수적 공급계획을 유지한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낸드사업에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짧게는 2020년 1분기, 길게는 2020년 4분기까지 낸드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적극적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y D램과 96단 낸드 공정 전환을 진행하면서 초기 비용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생산능력 확충보다 생산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먼저 꾀해야 하는 이유다.

이석희 사장은 이미 신년사에서 원가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경영 기조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서 원가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생산성과 수율 향상을 비롯해 상시적 자원관리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투자와 공급 확대에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을 놓고 시장의 수급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보수적 투자기조를 놓고 “세트업체로부터 메모리 가격 결정권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하반기 메모리 수급이 빠듯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의 결과는 가격 상승”이라며 “보수적 공급계획으로 메모리업황 안정기가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