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회장체제’ 대신 새로운 경영체제를 마련하려는 것일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중심으로 꾸려질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대표 인사가 미뤄지자 손 회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장 결정 미룬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대신 새 체제 고려하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는 31일 그룹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다음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을 논의했지만 여건 변화에 따라 후보 추천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다음 우리은행장 단독후보를 포함해 계열사 대표 인사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이를 연기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인사 연기는 손 회장 중심으로 구성하려던 인사계획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의 다음 계열사 대표 명단은 최근 파생상품 손실사태 등 위기상황을 감안했을 때 내부사정을 잘 알면서도 손 회장과 가장 손발이 잘 맞는 인물들로 꾸려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 우리은행장 단독후보에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이 유력하게 거명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부문장은 손 회장이 2017년 말 우리은행장에 오른 뒤 2번의 연말 인사를 하는 동안 상무에서 부행장으로, 부행장에서 부문장으로 매년 승진하는 등 '손 회장의 사람'으로 꼽힌다.  

예상됐던 인사가 시행되지 않자 우리금융지주에서 손 회장체제를 대신할 새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가 금감원과 정면대결로 비칠 수 있는 행정소송 등을 포기하고 손 회장의 중징계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30일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금감원장 전결에 이어 금융위 통보가 3월 주주총회 이전에 이뤄진다면 징계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는 다음 회장직을 이어갈 수 없다. 

금융위는 통보를 위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없게 된다면 다음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외부인사가 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체제로 운영된 지 1년가량의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아 회장 후계구도를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부출신으로는 손 회장을 제외하면 다음 우리은행장 후보에 올랐던 인물들이 지주사 회장에 가장 적합한 경력을 갖춘 인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가 계열사 대표후보 가운데 새 지주사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인사를 미뤘다는 시각도 업계에서 나온다.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우리은행장은 내부인사가 반드시 맡아야 하지만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정치력이 강한 외부인사 영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본점의 한 직원은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외풍 차단을 위해서라도 정치력 강한 인물이 다음 지주사 회장으로 선임되길 바라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