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을 좌우할 ‘운명의 날’을 맞았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열리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손 회장에게 어떤 수준의 징계를 내리느냐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물론 우리은행에 이르까지 경영체제 전반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손태승 '운명의 날', 금감원 제재수위에 우리금융 경영체체도 달라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손 회장은 제재심의위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후 3시경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 도착했다.  

16일과 22일에 이어 세 번째 제재심에 참석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제재심의위는 30일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은행과 은행 임원들의 징계 수준을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손 회장이 제재심의위에서 경징계를 받는다면 우리금융그룹은 31일로 예정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를 공개하고 경영체제를 빠르게 안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을 이끌 손 회장체제가 확정되면서 계획해둔 인사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31일까지 우리은행 등 계열사 대표 인사를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29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다음 우리은행장 후보자들과 면접 등을 진행했는데 우리은행을 포함해 계열사 대표 대부분의 인사윤곽을 이미 잡아뒀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손 회장이 중징계를 받는다면 이런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손 회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사전통보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현직을 마칠 수는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다음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시작되는 3월 전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의 결정과 관계없이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없게 된다. 

손 회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에 실패한다면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금융그룹의 다음 계열사 대표 명단은 최근 파생상품 사태 등 위기상황을 감안했을 때 내부사정을 잘 알면서도 손 회장과 가장 손발이 잘 맞는 인물들 위주로 꾸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 속한 사외이사들도 그룹 최고경영자인 손 회장과 호흡이 잘 맞는 계열사 대표 선임을 꺼릴 이유가 없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 추천위 위원장으로서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큰 권한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없게 된다면 지주사 회장은 물론 계열사 대표 인사까지 새롭게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큰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29일로 알려졌던 다음 우리은행장 단독후보 발표를 31일로 미룬 것도 손 회장의 징계 수준을 확인한 뒤로 발표시점을 늦춘 것이란 말도 나온다. 
 
손 회장이 30일 제재심의위 발표로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없게 된다면 손 회장과 호흡을 감안해 뽑은 다음 우리은행장 후보를 다시 선정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본 뒤 발표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2인자로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이 다음 우리은행장으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손 회장은 3월 이전에 제재심의위의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내고 재판에서 이기면 회장 자리를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가 손 회장을 지키기 위해 금융당국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