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WM연금부에서 퇴직연금부를 떼어내고 계열사들과 퇴직연금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하는 등 퇴직연금시장 공략을 위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의 빠른 성장속도에 발맞춰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훈, 퇴직연금시장 가파른 성장에 NH농협은행 보조 맞추기 분주

이대훈 NH농협은행장.


23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르면 1분기 안에 NH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퇴직연금협의체가 운영된다.

NH농협은행 주도적으로 나서서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의 퇴직연금부서 실무자들이 달마다 정기회의를 열고 마케팅 정보 공유, 공동상품 개발 시너지 극대화 등을 논의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과 관련해 메트릭스조직 운영까지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증권이나 자산운용의 퇴직연금 부서 이외에도 손해보험이나 생명보험, 저축은행 등에서 필요한 인원이 있다면 협의체 운용에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협의체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NH농협은행 연금관리부서의 독립성도 강화했다.

올해 1월 WM연금부에서 퇴직연금부를 분리했다. WM사업단과 퇴직연금사업부를 통합해 WM연금부가 만들어진 지 3년 만이다.

퇴직연금부는 기존 WM연금부에 있던 퇴직연금마케팅팀과 퇴적연금관리팀, 퇴직연금인프라팀과 이번에 신설된 퇴직연금컨설팅팀으로 구성됐다.

이 행장이 퇴직연금부서의 조직개편을 비롯해 계열사들과 협업에 힘을 모으는 것은 퇴직연금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 주요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8년 71조6632억 원에서 2019년 84조5177억 원으로 17.9% 늘었다.

NH농협은행은 10조3545억 원에서 12조1165억 원으로 17% 증가했다.

2019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220조 원에 이른다. 2023년에는 3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퇴직연금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퇴지연금 상품은 고객들이 입사한 뒤 퇴직할 때까지 장기간 위탁 운용되기 때문에 은행의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

다만 퇴직연금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평균수익률(수수료 제외)이 2019년 4분기 기준 1.36~1.89% 수준에 머물러있다. 2019년 물가상승률 0.4% 고려하면 실질적 수익률은 더 낮아진다. 

이 행장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산관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행장의 이러한 행보는 다른 주요 은행과 비교했을 때 조금 늦은 편이다.

KEB하나은행은 2019년 초 연금사업본부를 신설한 뒤 6월 연금사업단으로 격상했다. 관계사인 하나금융투자도 7월 연금사업팀을 독립부서로 격상해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5월 기존 연금사업부를 연금사업본부로 격상하면서 연금사업본부 산하에 연금기획부와 연금사업부로 조직을 구성했다. KB증권과 KB손해보험도 각각 연금사업부를 만들었다.

신한금융은 2019년 5월 퇴직연금사업부문을 매트릭스조직으로 신설했다.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해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2019년 7월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 신설 통해 퇴직연금부의 기능을 강화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연금기획부를 새로 꾸리면서 그룹사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에 나섰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조직개편 등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방안의 가시화가 늦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비율이나 수익률면에서 다른 은행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협의체 운영을 통해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