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황 회복세, 이석희는 모바일과 서버용 D램에 집중하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업황 개선에 힘입어 모바일 및 서버용 D램 생산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5G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서비스, 데이터센터 등 D램을 요구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품 가격도 하락세를 멈췄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2019년 10월 평균 2.81달러로 집계된 뒤 2019년 12월까지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 D램 가격 회복세를 서버용 D램이 이끌 것으로 본다. 5G 서비스가 확대되고 애플과 디즈니 등이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에 뛰어들면서 데이터센터의 서버 증설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용 D램 역시 5G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미래가 밝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PC용 D램은 2020년 상반기가 지나야 개선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CPU 강자 인텔이 최근 반도체 공정에 문제가 생겨 PC 제조기업들에 CPU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PC용 D램의 수요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르면 2020년 상반기부터 DDR5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DDR5는 이전 세대인 DDR4와 비교해 데이터 처리속도는 2배 높아지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어든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사장은 D램 회복세에 대응하기 위해 ‘DDR5’와 같은 차세대 D램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이석희, 수익성 좋은 서버용 낸드플래시 개발에 무게 실어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수요 회복이 전망된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데이터 저장용으로 쓰인다. 최근 각광받는 저장매체인 SSD에 낸드플래시가 사용된다.

이석희 사장은 특히 서버용 SSD에 주목하고 있다. 서버용 SSD는 모바일용, PC용 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기존 제품보다 읽기속도는 최대 30%, 쓰기속도는 70% 높아진 서버용 SSD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서버용 SSD의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한 ‘128단 4D 낸드’를 내놓기도 했다. 이 제품은 용량, 성능, 원가경쟁력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96단 낸드와 비교해 같은 용량에서 생산성은 40%, 데이터 처리속도는 15% 높아지며 전력 소모도 30%가량 줄어든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하반기부터 128단 4D 낸드를 양산해 글로벌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96단 낸드 공정을 128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양산규모를 키우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에서는 아직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3.5%, SK하이닉스 9.6% 등으로 나타났다. 이석희 사장은 이런 구도를 역전할지도 모르는 무기를 내놓은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최신 낸드 개발에 힘쓰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100단 이상 낸드를 적용한 SSD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5년 안에 500단 이상 낸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최대 실적 이끈 이석희, 주가도 큰 폭 상승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석희 사장이 다시 한 번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전성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020년 1월13일 종가 기준 10만500원을 보이며 역사상 처음으로 10만 원 선을 돌파했다. 불과 1년 전인 2019년 1월4일 5만670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엄청난 상승폭을 보였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최대 실적을 이끌기도 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시장은 바라본다.

이 사장이 SK하이닉스 D램개발사업부문장에 올랐던 2014년 당시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5조1천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사장이 2016년 사업총괄(COO)을 맡으며 D램과 낸드플래시 투자를 주도한 결과 SK하이닉스는 2017년 영업이익 13조7천억 원, 2018년 영업이익 20조8천억 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당연히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2016년 초 SK하이닉스 주가는 3만 원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반등을 거듭해 2018년 5월에는 9만7천 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0년에 영업이익을 7조 원 이상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영업이익이 2조8천억 원대로 추산되는데 1년 사이 2배 이상 반등하는 것이다.

새해 들어 SK하이닉스 주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이 사장은 기분 좋게 출발했다. 앞으로 더 높은 주가로 시장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이석희, 메모리반도체 생산시설 확충해 삼성전자와 ‘물량전’ 준비

이석희 사장이 메모리반도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승부를 봐야 한다. 특히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2019년 4분기 기준 웨이퍼 46만5천 장 수준의 D램 생산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34만 장 수준에 그친다. 낸드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삼성전자는 44만 장, SK하이닉스는 20만5천 장 수준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압도적 생산력을 바탕으로 메모리반도체 불황에도 물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물량 공세에 맞서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122조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크게 확충하고 2025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2020년에는 2019년과 비교해 다소 투자를 줄인다고 했는데 이는 메모리반도체 불황이 지나간 뒤 본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려는 ‘숨고르기’로 보인다.

◆ 반도체 전문가 이석희, SK그룹 기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SK그룹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불린다. 2018년 기준 SK그룹 영업이익 84%가량을 SK하이닉스가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성공에는 이석희 사장의 반도체 전문지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사장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현대전자(현재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한 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인텔에서 반도체 공정 개선업무를 맡아 근무했다. 이후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과 부교수에 올라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뼛속까지 반도체 전문가인 셈이다.

2020년 세계 반도체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5G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이 사장이 반도체 전문가로서 SK하이닉스를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