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에도 ‘고배당’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더욱 안정화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매입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높기 때문이다.
 
롯데지주 지배력 더 필요한 신동빈, 롯데 계열사 '고배당' 계속 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9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2019년 결산배당금 확정을 앞두고 배당성향 30%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성향은 순이익에서 전체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신 회장은 2018년 경영에 복귀한 뒤로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을 롯데그룹 계열사에 요구해왔는데 2019년 결산배당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에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30%를 배당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은 지난해 업황 악화와 경쟁 심화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음에도 그룹 차원의 배당정책에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결산배당에서 배당성향을 30%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워뒀다. 2016년 배당성향 10.3%에서 2018년 25.3%까지 끌어 올렸는데 이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롯데쇼핑도 2017년과 2018년 순손실을 냈음에도 1주에 5200원씩 현금배당을 해왔다. 2019년에는 순이익에서 흑자전환한 만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쇼핑이 2018년과 똑같은 수준으로 배당을 한다면 2019년 배당성향은 52%에 이른다.

신 회장이 이런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분 확대를 위한 자금마련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로서 상표권 수입과 배당금 등에 의존하고 있어 배당금 수익이 중요하다.

신 회장은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한 뒤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주사 체제를 갖췄지만 더욱 안정적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추가로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의 판단 기준으로 종속회사 지분 30%이상을 소유하고 최다출자자인 회사를 삼고 있다.

롯데지주가 2019년 9월30일 보통주 기준으로 보유한 지분이 30% 이하인 계열사는 롯데칠성음료(26.54%), 롯데푸드(23.08%), 롯데케미칼(23.24%) 등이다.

물론 신 회장 개인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따져보면 2019년 9월30일 기준으로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52.96%, 롯데푸드 지분 48.21%, 롯데케미칼 지분 53.55%를 쥐고 있어 롯데지주가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가 사들여 지분구조를 단순화할 필요성이 높아 이를 위해서라도 자금 확보를 해 둬야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롯데지주가 3천억 원에 이르는 공모채를 처음으로 발행했을 때에도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더욱이 신 회장의 ‘뉴롯데’ 완성을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시킬 때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롯데지주의 곳간을 든든히 해놓을 필요성이 높다.

호텔롯데가 상당수의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호텔롯데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가 사들여야 할 수도 있다.

신 회장 개인도 장기적으로 롯데지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배당금을 통한 자금 확보는 중요할 수 있다. 신 회장은 2019년 9월30일 기준으로 롯데지주 지분 11.7%를 들고 있다.

우호지분이 있지만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도 겪은 만큼 단단한 지배력을 쥐기 위해 추가로 롯데지주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2018년 결산배당으로 롯데계열사에서 모두 258억 원을 받았다. 2017년보다 47.8% 늘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올해 배당성향은 계열사의 향후 계획이나 지난해 실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배당규모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