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가 대림그룹 지배구조에 변화를 추진할까?

2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2020년 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전문경영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구조조정 능한 젊은 이준우, 대림코퍼레이션 맡아 지배구조 손보나

▲ 이준우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


이 대표는 시장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되는데 1975년 태어나 주요 그룹 경영자로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다.

그럼에도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류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대표로 '깜짝' 발탁됐다.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중용되며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에 앉은 만큼 2020년 대림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아래에 둔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통해 대림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대림코퍼레이션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국내 3위 건설사인 대림산업의 장기적 사업 방향성을 바꾸는 데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장기적으로 대림산업의 석유화학부문과 건설부문 분리작업의 기틀을 놓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석유화학사업에 집중하는 대림산업의 투자 방향성 볼 때 장기적으로 석유화학과 건설부문을 분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이 대표가 40대 중반에 대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의 지휘봉을 잡은 만큼 이해욱 회장의 신임을 등에 업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분리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중단기적으로는 대림자동차, 대림오토바이 등 비주력 계열사의 매각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최대주주지만 지분이 21.7%에 그쳐 상대적으로 지배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대림산업의 외국인투자자 지분은 2018년 7월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크게 늘어 현재 50%에 육박한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3분기 기준 11.6%의 지분을 보유해 대림산업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3월 대림산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가치 강화를 위해 배당 확대 등과 함께 비주력 자산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이 대표가 관련 작업을 맡을 수 있다.

대림산업이 석유화학사업에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주력 자산 매각자금은 투자금 확보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졸업한 고려개발과 삼호의 합병 밑그림을 그릴지도 건설업계의 관심사다.

고려개발과 삼호는 예전부터 워크아웃을 졸업하면 합병할 가능성이 나왔는데 삼호에 이어 고려개발이 지난해 11월 워크아웃을 마치며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려개발은 토목 중심, 삼호는 주택 중심 건설사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주요 과제로 꼽히는데 합병을 진행한다면 이런 약점을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다.

고려개발과 삼호는 2019년 시공능력평가에서 각각 30위와 54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평가액을 단순 합산하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6위까지 올라간다.
 
구조조정 능한 젊은 이준우, 대림코퍼레이션 맡아 지배구조 손보나

▲ 김상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 사장.


이 대표는 2019년 1월 대림산업 투자사업관리실장 전무로 영입돼 6월 대림코퍼레이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긴 뒤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일 대표에 오르며 또 다시 역할이 커졌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LG그룹, STX그룹, LS그룹 등을 거치며 각종 계열사 매각, 인수합병(M&A) 등을 진행해 시장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된다.

2019년 대림산업에 영입되기 전 LS그룹에서도 지주사인 LS에서 경영기획담당 상무 등을 맡아 LS오토모티브, LS엠트론의 동박·박막사업부문 매각작업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대림산업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일한 경험도 있는데 대림그룹에 복귀한 뒤 더욱 승승장구하는 것을 볼 때 이해욱 회장의 신임 역시 더욱 두터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대림그룹 관계자는 “이 대표는 글로벌 디벨로퍼 등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강도 높은 경영혁신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해 검토되는 것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