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최근 반년 동안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머릿속을 채웠을 단어다.

화웨이는 그동안 스마트폰사업에서 무섭게 성장해 왔지만 올해 중순 미국의 제재로 직격탄을 맞았다.
 
[오늘Who] 런정페이, 안드로이드 없는 '화웨이 독립' 도전 성공할까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구글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기반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탑재하지 못하게 돼 안드로이드에 익숙했던 국제 소비자들을 송두리째 잃을 상황에 놓였다.

런정페이 회장은 위기 앞에서 미국 정부에 읍소하는 대신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해 자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화웨이는 미국 기업에 의지하지 않아도 홀로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2020년 모바일사업 전략에 깔려 있다.

하지만 런정페이 회장의 의지와 별개로 시장에서는 화웨이 자체 플랫폼에 의구심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콘텐츠가 부족하고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을 들고 어떻게 소비자를 설득할지가 열쇠다.

24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런정페이 회장은 자체 운영체제 ‘훙멍(하모니)’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 ‘HMS(화웨이모바일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조 원 이상 투자를 집행하며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IT매체 ET텔레콤은 “화웨이가 지메일(Gmail), 유튜브, 지도 등 GMS(구글 모바일서비스)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일부 핵심 애플리케이션(앱)은 12월 말까지 준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현재와 같이 GMS 사용을 금지하는 미국 제재가 이어지면 내년 초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P40’을 시작으로 HMS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TV, 스마트시계 등 모든 제품에도 훙멍 운영체제를 탑재하기로 했다.

ET텔레콤에 따르면 화웨이는 소비자들이 HMS와 GMS의 차이를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서비스 품질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HMS는 성능과 별개로 그동안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GMS와 비교해 콘텐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약점을 지적받고 있다. 특히 유튜브처럼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쌓아가는 구조의 서비스는 화웨이가 비슷한 새 서비스를 내놔도 기존 사용자를 들고오기가 쉽지 않다.

IT매체 WCCF테크는 “문제는 유튜브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서비스에 있다”며 “화웨이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과 같은 필수요소가 없다”고 바라봤다.

HMS 보안을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화웨이는 노트북 등 일부 제품에 사용자 정보를 빼내기 위한 백도어를 설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러 국가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훙멍과 HMS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가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운영체제 안전성에 관한 확신을 심어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런정페이 회장은 거대한 중국시장을 등에 업고 화웨이의 ‘모바일 독립’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런정페이 회장은 7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개방된 모바일 운영체제와 생태계를 계속 사용하기 바라지만 미국이 계속 제재한다면 자체 운영체제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며 “거대한 중국시장에 의지해 세계를 향한 생태계를 구축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미국 포춘과 인터뷰를 통해 “100억 달러가량의 수입이 줄어도 우리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를 계속 쓰지 못할 때에 대비해 훙멍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중국시장을 통해 미국 제재에 따른 손해를 만회하고 있다.
 
[오늘Who] 런정페이, 안드로이드 없는 '화웨이 독립' 도전 성공할까

▲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30'.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9년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모두 2억5100만 대로 추산된다.

제재가 없었던 2018년과 비교해 오히려 4천만 대 이상 늘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화웨이 자체 플랫폼이라는 약점도 중국에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화웨이는 9월 GMS 대신 초기 HMS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30’, ‘메이트30프로’ 등을 내놨다.

메이트30 시리즈는 출시 2개월 만에 700만 대 이상 팔렸는데 상당부분이 중국의 ‘애국소비’로 충당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런정페이 회장이 스마트폰사업 외형을 지속해서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제 소비자에 낯선 HMS를 들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화웨이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2019년 17.7%에서 2020년 15.5%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미국의 금지령 등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화웨이는 2020년에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회사는 GMS(구글 모바일서비스)를 HMS로 교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보안성 논란으로 미국 정부와 관계가 악화한 끝에 5월 미국 기업들과 거래제한 조치를 당했다. 당시 구글과 계약이 해제되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GMS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후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 ‘훙멍’을 기반으로 HMS를 개발해 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