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이 2020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의 특명을 구체화할 일에 발걸음이 무겁다.

박 사장은 2020년을 SK텔레콤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해로 만들겠다고 내걸었다.
 
흑자전환 성공 11번가, 이상호 '기업가치 증대' 박정호 특명 무거워

▲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


11일 11번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장은 취임한 지 1년여 만인 올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에는 외형 성장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11번가가 2019년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확실하다고 본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에는 43억 원, 2분기 4억 원, 3분기 3억 원 등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히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올해 영업이익 흑자를 낸다면 이는 2011년에 이어 8년 만인데 이 사장이 2018년 9월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내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2018년에 한 해 동안 분기마다 150억 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던 것을 감안하면 11번가의 흑자전환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1번가가 올해 달성한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마케팅비용 축소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의 성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11번가가 마케팅비용을 축소한 결과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1번가 매출은 2018년과 비교해 각각 5.5%, 14.5%, 20.3% 감소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19년 매출이 줄긴 했지만 거래액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직매입 규모를 줄이고 마케팅을 효율화해 매출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11번가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0년에 아이허브처럼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외형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우량 판매자를 입점시키면 거래액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매 중계 수수료 등의 수익으로 매출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0월 11번가는 미국의 유통업체 아이허브와 협력을 맺고 11번가에서 아이허브의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아이허브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건강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쇼핑몰로 잘 알려져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10월 협력을 맺은 뒤 아이허브 본사에서 물류센터에 11번가 전용 공간을 마련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들이나 제조사들과 협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5일 연말 정기인사를 실시하며 “2020년은 SK텔레콤과 정보통신기술 계열사 전체가 가시적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 혁신의 주축이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의 이 발언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에 실적 개선이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풀이한다. 이는 2~3년 뒤에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11번가의 상장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11번가는 2008년 2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2018년 9월에는 11번가 주식회사를 설립하며 별도법인을 구성했고 5천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 사장은 2018년 9월 11번가 대표이사에 선임됐는데 올해 연말인사에서 SK텔레콤 커머스사업부장과 인터넷 포털 운영 자회사 SK컴즈의 대표까지 겸임하며 역할을 확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