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관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최대 80% 배상비율 결정을 수용하고 신속한 배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이 배상금 부담으로 실적에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실을 본 투자자의 반발이 큰 탓에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파생결합펀드 배상 수용해도 후폭풍 계속

▲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파생결합펀드(DLF)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 대한 40~80% 배상 결정을 내리자 피해자들은 일괄배상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총 7950억 원어치의 파생결합펀드를 판매했다. 11월 기준 가입자 약 3600명의 평균 손실률은 52.7%, 최대 손실률은 98.1%를 보였다.

투자자들의 중도환매 및 만기도래로 손실이 확정된 투자금은 2080억 원이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투자금은 5870억 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파생결합펀드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 두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쌓아둔 만큼 당장 실적에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다만 은행이 실질적으로 부담할 금액이 많지 않더라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앞으로 파생결합상품 등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가 늘어나고 실제로 일부 상품 판매가 제한되면 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권 전체적으로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최종적으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은행과 피해자가 20일 안에 조정안을 수락해야 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개별 사안에 따라 제각각인 피해배상 과정 및 수위를 놓고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은행의 파생결합펀드상품 판매 자체가 불완전판매에 따른 '사기계약'인 만큼 계약 자체가 전면 무효이며 피해자 전원이 투자한 원금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개별적으로 배상비율이 사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 3600명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고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원으로 가더라도 더 높은 비율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보장 역시 없다.

여기에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일괄배상이 이뤄지려면 집단소송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집단소송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당사자에게도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 

대신 이 사건이 집단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법원의 허가가 먼저 필요하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느라 집단소송은 본안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사법당국에서 파생결합펀드의 사기성 등에 대해 수사 중인데 불완전판매 여부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배상비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합의 불발에 따른 법적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정이 성립되면 화해 효력이 생겨 분쟁이 종료되고 이의 신청도 불가능하지만 사기로 판단돼 계약이 취소되면 은행 측은 원상회복 의무가 있어 100% 배상해줘야 한다"면서 "사법당국의 수사결과에 따라 분쟁조정 무효 사유가 발생하면 다시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정결정문에 명시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