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손해율 높은 자동차보험을 떠안으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소형 보험회사들이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판매를 줄이면서 업계 1위인 삼성화재로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쏠리고 있어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액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삼성화재, 손해율 높은 자동차보험 비중 점점 높아져 부담 커져

▲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보험회사들은 영업조직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방식으로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료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보험회사의 수익성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100%대로 가파르게 높아지며 적정 손해율(70~80%)을 훨씬 웃돌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자동차보험 전담 전화영업조직을 40%가량 줄이기로 결정했다. 

자동차보험 전담 전화영업 조직 축소는 자동차보험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손해보험은 10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23.4%까지 치솟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일찍부터 자동차보험에서 손을 떼고 장기 인보험 영업에만 집중한 결과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이 2018년 말 4.7%에서 올해 3분기 3.7%로 1년도 안 돼 1%포인트 떨어졌다. 

롯데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을 비롯한 중소형 보험회사들이 자동차보험을 의도적으로 줄이면서 중소형 보험회사들의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은 2018년 말 19.4%에서 올해 3분기 17.7%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해보험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차보험을 떠안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손해보험회사들이 자동차보험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중소형 손해보험회사들이 자동차보험 판매를 줄이면 대형 손해보험회사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손해보험회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손을 떼는 건 대형 손해보험회사들에게 떠넘기겠다는 얘기”라며 “대형 손해보험회사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손해를 봐도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손해보험회사 가운데서도 삼성화재의 부담이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 1위를 5년 동안 지켜오고 있는 데다 1위에 올라있는 만큼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삼성화재에 더욱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29.5%로 2018년 말(28.4%)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0.3%포인트, KB손해보험은 0.4%포인트 늘어난 데다 현대해상은 오히려 0.1%포인트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미 자동차보험으로 발생하는 손해 부담이 큰 가운데 자동차보험을 더욱 떠안게 돼 삼성화재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0월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7.6%로 집계됐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발생 손해액은 2018년 4조5070억 원에서 2019년 4조657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내년 초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삼성화재로선 숨통이 트일 수 있다. 

KB손해보험, 현대해상이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한 데 이어 조만간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도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손해보험회사들은 보통 보험료를 인상하기 전 보험개발원으로부터 보험료 인상폭이 적정한 지 검증받는다. 

보험개발원이 보험회사에 결과를 전달하는 데 2주가량, 보험회사들이 이 결과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데 2~3주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1분기 안에 자동차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결국 시기의 문제”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계절성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높기 때문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정당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