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이 더 부드러워집니다!'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이사가 16.9도로 도수를 낮춘 ‘처음처럼’으로 저도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아둘 수 있을까?
 
김태환, 롯데주류 더 순한 ‘처음처럼’으로 ‘진로’ 열풍 막기 안간힘

▲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이사.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의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낮춘 것은 경쟁사 하이트진로 제품 ‘진로’(16.9도)의 인기를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주류는 올해 3분기 매출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9.2% 줄며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롯데주류는 3분기 영업적자 205억 원 을 냈고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이 322억 원에 이른다. 

특히 맥주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대표는 롯데주류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처음처럼의 선전이 절실하다.

김 대표는 처음처럼의 승부수는 여전히 ‘부드러움’을 강조한 순한 소주라는 데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처럼은 2006년 출시 때부터 경쟁사보다 낮은 도수의 ‘부드러운 소주’를 강조하며 시장을 공략해왔다. 

롯데주류는 국내 소주시장에서 21도 소주가 주류를 이룰 때 20도 처음처럼으로 평소 소주를 즐겨 마시지 않던 새로운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그 뒤로도 2007년 도수를 19.5도로, 2014년에는 18.5도, 2018년에는 17도로 내리며 시장에서 부드러운 소주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순한 소주’가 대세로 자리잡자 경쟁사들도 소주제품의 도수를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차별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표적 사례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도 2018년 대표제품 ‘참이슬’의 도수를 17.8도에서 17도로 낮췄다. 올해 초에는 16.9도의 ‘진로’를 새롭게 내놨다.

이 때문에 처음처럼은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참이슬과 뉴트로(새로운 복고) 콘셉트로 새로움을 준 진로 사이에서 애매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뉴트로(새로운 복고) 콘셉트로 재단장해 내놓은 진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하루 평균 게시물이 400~500건 이상 올라오며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가 참이슬과 진로를 앞세워 수도권 소주시장을 탈환하고 지방시장에서도 침투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하이트진로는 11월까지 진로 생산라인을 3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번 도수 인하로 부드러운 소주라는 처음처럼의 경쟁력을 다시 부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이번 도수 인하는 국내 소주시장에서 소주를 가볍게 즐기며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소비자 테스트 등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면서도 “처음처럼이 부드러운 소주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계속 가져가려는 측면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7일 16.9도의 처음처럼을 선보인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브랜드 로고를 포함한 디자인도 젊은 느낌으로 재단장했다.

12월 중순부터는 모델 수지씨를 기용해 부드러운 소주를 콘셉트로 새로운 캠페인도 진행하면서 마케팅에도 힘을 싣는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에서 처음처럼은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점유율 50%를 유지하며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진로는 최근 이천 공장 생산라인을 1개에서 2개로 늘려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