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다음 회장 선임절차를 예상보다 빨리 시작하면서 조용병 대표이사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 결과를 변수로 고려해 대비책을 세우기보다 '조용병체제'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조직을 다잡겠다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 다음 회장 선임절차 서둘러 시작, 조용병 연임에 '무게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25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다음 회장 선임절차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11월 말부터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선정과 평가 등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절차는 내년 1월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최종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회장후보 선임과 관련해 아직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이전에도 최종후보가 12월 결정된 사례가 있어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내년 3월로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회장 선임절차가 예상보다 일찍 진행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 관련한 1심 재판의 결과가 내년 1월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회장 선임절차를 마치겠다는 이사회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을 맡을 때 직원 채용 과정에 부정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1심 재판결과는 조 회장의 연임 여부에 가장 큰 변수로 꼽혔다.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연임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신한금융지주도 기업 이미지와 금융당국의 압박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아직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를 받는 중이고 조 회장의 재판과 관련한 리스크도 안고 있어 회장 선임절차를 최대한 늦춰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오히려 더 이른 시일에 선임절차를 마무리하려 하는 것은 조 회장의 연임에 무게추가 실리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사회가 재판을 고려하지 않고 조 회장의 연임을 결정해 높은 신임을 나타내는 한편 회장 교체 가능성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 조용병체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 3년의 임기 동안 실적 방어와 신사업 추진, 인수합병 등 경영 성과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이사회의 뜻이 조 회장의 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의 연임을 놓고 부정적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금감원의 압박과 같은 외풍에 상대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엄격하고 탄탄한 회장 선임절차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점은 힘이 도리 수 있다.

과거 ‘신한사태’로 불렸던 신한금융지주 회장 경영분쟁 사건 이후 회장 선임절차를 정비하고 이사회 구성원의 중립성 확보에도 힘썼다.

재판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조 회장이 연임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해 ‘플랜B’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사회에서 회장 선임절차를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끝내기로 한 것은 조 회장 연임 이외의 대안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이 1심 재판 이후 법정구속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되거나 금융당국의 압박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들어올 가능성 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다음 회장 선임절차는 진행 과정에 따라 최종후보 선정 등 주요 내용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