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네이버재팬을 실패로 몰아넣은 야후재팬과 ‘연합군’을 이룬다.

이 GIO와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통합으로 핀테크시장 등에서 출혈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데 이익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 라인과 야후재팬 연합해 인터넷에서 '반제국주의' 그림 그린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이 GIO는 라인의 등에 야후재팬을 업고 구글과 페이스북,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이 이루는 ‘제국주의’에 대항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을 통합한다는 기본합의서를 소프트뱅크와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각각 지분을 50%씩 소유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 법인은 야후재팬 운영사 Z홀딩스 최대주주가 되며 Z홀딩스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각각 100% 자회사로 둔다. 

이 GIO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공통 사업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 따라 ‘적과 동침’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령 라인은 간편결제서비스 ‘라인페이’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 등과 경쟁하는 데 우위를 차지하려 막대한 비용을 쏟아왔다. 

라인은 지난해 신사업/신기술 전략사업부문에 350억 엔을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200억 엔이 라인페이에 들어갔다. 

라인은 전략사업부문(라인페이, 금융, 인공지능, 전자상거래)에서 2019년 영업손실을 600억 엔 정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50%가 라인페이에서 발생한다.

이 GIO는 야후재팬을 등에 업고 아시아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인터넷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이 GIO는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한성숙 대표이사에게 네이버를 맡긴 채 해외를 돌며 해외사업을 구상해왔다.

특히 프랑스를 유럽지역 거점으로 꼽는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비교적 강하기 때문이다.

이 GIO는 6월 한 학회에서 “제국주의와 싸우려면 연합군이 필요하다”며 “유럽국가들도 미국 인터넷기업들이 매출과 데이터를 다 가져가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프랑스 투자펀드 ‘코렐리아캐피탈’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GIO는 “‘스타워즈’에서 연합군 기지가 있는 곳이 코렐리아 행성”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야후재팬이 구글에 밀리며 점유율이 떨어지는 데다 마케팅비용이 증가하고 전자상거래 성장동력이 필요하게 되자 이 GIO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이 GIO는 손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 GIO와 손 회장은 이때부터 손을 잡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인공지능 등을 공통 관심사로 뒀다는 점에서도 마음이 맞았다.
 
이해진, 라인과 야후재팬 연합해 인터넷에서 '반제국주의' 그림 그린다

▲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이 GIO가 일본 포털사업에 다시 발을 들이는 것은 10여 년 만이다. 

이 GIO는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하며 네이버 일본판을 만드는 데 도전했지만 5년 만에 철수했다.

2007년 네이버재팬을 다시 세웠지만 역시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후재팬이 당시 검색포털 점유율 8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1년 라인을 내놓으며 크게 성공했다. 라인은 일본에서 사용자가 8천만 명이 넘으며 대만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메신저앱 1위를 보인다.

다만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뒤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이 GIO에게 미래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와 다음은 2014년 합병했는데 웹툰과 계정공유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웹과 모바일서비스 사이 시너지를 내는 데는 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인다.

카카오는 다음 메일(한메일)을 두고 오히려 카카오 메일을 새로 내놓기도 했다.

현재 야후재팬은 과거 다음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지만 하락추세에 접어든 점은 걸림돌이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힘을 발쉬할 수 있지만 이 국가들의 검색포털시장은 이미 구글이 잠식해 포털사업을 넓히는 데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라인과 Z홀딩스는 시너지를 창출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