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큰 산을 넘으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앞으로 KDB생명보험 매각과 대우건설 정상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총감독' 이동걸, 이제 KDB생명 대우건설 처리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향하고 있지만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 무대에 올린 총감독으로 사실상 숨은 주인공이다.

이 회장은 사기업의 대주주를 몰아낸다는 부담에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생 모든 것’이라고 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심한 배경에는 박 전 회장의 추가 지원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한 이 회장이 있다.

특히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면서 조선업 재편의 첫 발을 뗀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항공사 3곳의 새 주인을 찾아주면서 항공업 재편에서도 물꼬를 텄다.

이번 매각 결과는 이 회장 개인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당초 기대했던 재계순위 10위권의 대기업은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적어낸 2조5천억 원 가운데 구주 가격은 5천억 원 이하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대로라면 2조 원가량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투입된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물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항공업을 향한 의지가 강한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과 경쟁하면서 항공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장정을 7개월 만에 끝내면서 남은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KDB생명 매각이 됐다. 이 회장은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KDB생명 매각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KDB생명의 규모가 크지 않고 생명보험업계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매각이 순조롭지는 않다. 매각공고를 냈지만 아직 예비입찰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금융지주는 물론 중국계 사모펀드 등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번이 무려 네 번째 매각 시도인 데다 이 회장이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매각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하면 사실상 언제 매각을 다시 시도할 수 있을지 장담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둘의 기업결합심사는 한국을 포함해 모두 6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까지 카자흐스탄만 승인 결정을 내렸다.

유럽연합(EU)이 가장 난관으로 지목되는데 최근 유럽연합이 기업의 독과점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면서 예상보다는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유럽연합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고객사들이 몰려 있어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현대중공업은 일본에는 아직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매각도 산업은행의 남은 과제다. 현재 KDB인베스트먼트가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대우건설 매각 의지를 강하게 보여왔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만큼 그리 촉박하지는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