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 데이터센터업체 투자 축소 등으로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5G·인공지능·데이터센터·차량용 반도체 등 4대 신성장 분야의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기회는 위기 속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3월20일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오늘Who] 김기남, 삼성전자 'D램 대변혁'으로 5G D램도 장악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마주한 메모리반도체 불황을 이겨내고 실적을 개선할 기회를 잡기 위해 5G통신용 스마트폰을 겨냥한 차세대 모바일 D램에 기대를 걸고 있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차세대 D램 가운데 하나인 ‘LPDDR5’를 대량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D램인 DDR5는 서버용·일반용 D램 DDR5와 모바일 D램 LPDDR5로 구분되는데 김 부회장은 5G통신 스마트폰용인 LPDDR5를 먼저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표준에 따라 생산되는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가 2월 LPDDR5 표준을 확정했지만 DDR5 표준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PDDR5 등 차세대 D램 제품은 곧 완공되는 삼성전자 평택 2라인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출시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차세대 D램 제품들은 현재까지 개발된 D램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데이터 처리속도는 3200~6400Mbps 수준으로 이전 세대인 DDR4와 비교해 2배 빠른 반면 소비전력은 30%가량 적다.

LPDDR5는 앞으로 모바일 D램시장을 이끌 기함(플래그십)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5G 통신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제한된 단말기 공간과 배터리 용량 안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D램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김 부회장은 이런 시장의 요구를 충족한 LPDDR5를 내놓음으로써 내년 5G 스마트폰용 D램시장을 장악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에서는 공간적 제약, 저전력 및 가격이 중요하다”며 “D램업체들이 5G이동통신 도입 시점에 맞춰 초기 LPDDR5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컨설팅기관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2020년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8.9%인 1억2350만 대에 이르고 2023년에는 28.1%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고성능 모바일 D램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전세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G스마트폰은 2020년 중국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서버와 함께 메모리 수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LPPR5, DDR5 등 차세대 D램 생산으로 전환을 시작하면 D램의 공급과잉 축소와 가격 회복으로 이어져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세계 D램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LPDDR5를 시작으로 차세대 D램 생산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기존 D램 공급이 줄면서 D램 가격이 회복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영업이익은 3조 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조 원 이상 줄었다. D램이 시장에 과잉공급돼 가격이 급격하게 낮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국제 조사기관 IHS마킷은 삼성전자가 3분기에 세계 D램시장에서 47%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추산했다. SK하이닉스는 27%, 마이크론은 22%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 부회장은 장차 LPDDR5, DDR5 등 차세대 제품 위주로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세대를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0월29일 2020년 주요 사업부문 핵심전략으로 ‘메모리 대변혁’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DDR5, LPDDR5, GDDR6(그래픽 메모리), HBM3(광대역 메모리) 등 신제품 위주로 생산을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