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더 뉴 그랜저' 판매기록 도전, 어떻게 '국민차 반열'에 올라섰나

▲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의 판매 초반 기세가 무섭다.

사전계약 하루만으로도 국내 최다 사전예약 기록을 경신한 만큼 앞으로도 흥행가도를 질주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어떻게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인 그랜저를 국민차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을까?

◆ 현대차, 새 그랜저로 사전계약 새 역사 가시화

6일 현대차 관계자들에 따르면 4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더 뉴 그랜저가 사전계약에서 기존 모델의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2016년 11월에 6세대 그랜저의 사전계약을 진행하면서 영업일 기준으로 14일 동안 모두 2만7491대를 접수받으며 국내 출시 신차 가운데 최다 사전계약 기록을 썼다.

하지만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새 그랜저가 당시 기록을 고쳐 쓸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는 4일 더 뉴 그랜저의 사전계약을 통해 모두 1만7294대를 접수받았는데 이는 기존 모델보다 1321대 많은 것이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내 최초로 사전계약 기간에만 3만 대 이상의 가계약을 받는 것도 충분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뉴 그랜저가 사전계약에서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신차 판매 증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이른바 ‘국민차’라는 것을 다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인기로 세단시장이 축소하는 상황에서 거둔 기록이어서 더욱 의미있다.

6세대 그랜저는 이미 2017년에 열두달 연속으로 월별 판매량 1위를 달성하며 국내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적이 있다. 이후에는 싼타페 등에 잠시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매달 평균 1만 대가량씩 꾸준히 판매됐다.

하지만 올해 3월 중형 세단 쏘나타의 세대변경모델인 8세대 쏘나타가 출시된데다 6월에는 경쟁모델인 기아차 K7의 부분변경모델까지 나오면서 그랜저 판매량은 6천 대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를 놓고 현대차가 플래그십(기함) 세단애서 자존심에 타격을 받았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부분변경을 통해 고객 관심을 되돌리는데 성공하면서 이런 부정적 반응도 말끔히 해소하고 있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판매기록 도전, 어떻게 '국민차 반열'에 올라섰나

▲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내부 이미지.

◆ 가격 정책과 오랜 역사, 저변 확대, 상품성 등이 영향력 확장에 힘 실어

더 뉴 그랜저가 국민차 반열에 다시 올라설 수 있게 된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로는 현대차의 가격정책이 꼽힌다.

현대차는 세단 라인업으로 현재 준중형 아반떼, 중형 쏘나타, 준대형 그랜저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을 비교해보면 아반떼는 1411만~2214만 원, 쏘나타는 2346만~3289만 원, 그랜저는 3294만~4539만 원(사전계약 가격표 기준) 등이다.

한 단계 아래 차급의 최고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과 한 단계 위 차급의 최저 트림 사이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좀 더 윗급의 차를 선택하는 쪽으로 고객 선호도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차급별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는 상당한 수준의 가격 차이를 두고 있다.

제네시스의 중형세단 G70의 판매가격은 3848만 원부터 시작한다. 쏘나타와는 1500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 준대형세단 G80의 판매가격도 그랜저보다 최소 1600만 원 이상 높다.

고급 브랜드를 구매할 여력이 크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 현대차가 높은 차급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해 그랜저를 국민차로 밀어 올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랜저가 국내를 대표하는 고급차로서 오랜 기간 명성을 쌓아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가 그랜저를 처음 생산한 것은 1986년이다. 33년 동안 모두 6번의 세대변경을 거쳤는데 오랜 역사 속에서 ‘부’와 ‘성공’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2010년대 이후 수입차의 거센 공세 탓에 그랜저만이 보유한 여러 이미지가 희석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그랜저가  쌓아온 위상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경쟁차량인 기아차의 K7과 비교할 때 이런 그랜저의 위상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기아차가 준대형세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K7을 꺼낸 것은 2009년으로 이제 막 10년이 됐다. 하지만 완전변경(풀체인지)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통해 잠시 흥행몰이를 했던 몇 달씩을 제외하면 항상 판매량에서 그랜저에 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랜저급’이라는 말은 있어도 ‘K7급’이라는 말은 없다”며 “그랜저 자체를 고급차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 다른 브랜드들이 준대형세단으로 그랜저를 뛰어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그랜저의 판매 확대를 위해 잠재고객층을 넓혀왔다는 점도 흥행의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가 6세대 그랜저를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도 ‘그랜저 같지 않은 젊은 디자인이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현대차는 준대형세단의 공식으로 통했던 ‘중후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뜨림으로써 30~4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이런 파격적 시도가 이번 부분변경모델에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차는 계속해 그랜저의 세력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가 최고급 기술들을 그랜저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 요소다.

현대차는 과거 그랜저 윗급으로 아슬란이라는 차를 선보인 적이 있으나 판매 부진 탓에 3년 만에 단종한 적이 있다. 아슬란 단종을 기점으로 그랜저가 명실상부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자리를 굳힌 만큼 현대차로서도 그랜저 투자에 아낌없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현대차는 이번 부분변경모델에도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 마주오는 차량과 충돌하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해주는 기능인 ‘전방충돌 방지보조-교차로 대향차(FCA-JT)’ 기술 △공기청정시스템 △2세대 스마트 자세 제어시스템 등을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다.

판매가격이 기존 모델보다 최소 182만 원에서 최대 269만 원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걸맞는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