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극자외선(EUV) 미세공정의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EUV를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처음으로 양산하며 앞서 나가고 있는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5나노와 3나노는 물론 사이에 있는 4나노 수요까지 확보해 극자외선 생태계를 주도함으로써 파운드리시장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 극자외선 미세공정 주도권으로 TSMC 추격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31일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사업과 관련해 “4분기 극자외선 공정 7나노 제품 양산이 본격화해 견조한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며 “4나노 설계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는 등 미래 성장기반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앞서 양산 목표시점을 공개한 5나노와 3나노뿐 아니라 4나노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4나노는 경쟁사의 TSMC의 기술 개발 로드맵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심화할 극자외선 파운드리 생태계를 빠짐없이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포럼과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포럼 등을 열면서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나노의 양산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수요에 맞춰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갖추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경쟁사인 대만의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 7나노 제품을 출하했다. EUV는 빛의 파장이 짧아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보다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시장에서 점유율 18.5%로 TSMC(50.5%)에 크게 뒤지는 2위지만 극자외선 공정에서는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TSMC는 7월에야 극자외선 7나노 제품 생산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극자외선 미세공정을 파운드리에 도입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뿐이다. 향후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최근 3조 원 규모의 극자외선 장비를 발주하는 등 극자외선 미세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영산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133조 원 투자의 주축은 극자외선 기술격차 수립과 생태계 조성”이라며 “삼성전자는 극자외선을 선제 도입해 고객사를 선점하고 차세대 3나노까지 로드맵을 구축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극자외선를 적용한 5나노 공정개발을 마치고 2020년 5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 반도체 구조를 바꾼 차세대(GAA) 3나노 제품도 2021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3나노 공정을 공개하고 설계도구도 배포했다.

TSMC도 삼성전자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TSMC는 5나노와 3나노는 물론 2나노 공정 개발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5나노와 3나노 양산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구조변화가 동반되는 3나노 공정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격전지인 3나노로 가기 전 삼성전자가 4나노에도 힘을 줘 고객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EUV 미세공정에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EUV 7나노는 안정적 수율을 보이고 있으며 4분기에 신규고객도 추가될 것”이라며 “5G 칩 등 관련 수요도 늘고 있어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5G, 인공지능, 전장,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수주확대로 고객을 다변화하고 GAA 3나노 공정개발에 집중하는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