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국내 면세점사업자들이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면세시장에서 수익성 악화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개별관광객(싼커)들이 다시 한국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자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며 중장기적 시각에서 고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면세점 수익성 높여줄 중국인 개별관광객 잡기 경쟁

▲ 국내 한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모습. <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사업자들은 매출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16년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이후 국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에서 중국인 개별관광객(싼커)으로, 그 뒤 다시 보따리상(따이공)과 SNS판매상(웨이상)으로 바뀌면서 국내 면세시장 구조가 B2C(기업 대 개인)에서 B2B(기업 사이 거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면세업계에서 중국 보따리상 등 기업형 고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0~80%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각 면세점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대량 구매할인 등 가격경쟁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면세사업자가 면세점에 고객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인 알선수수료 경쟁도 악영향을 끼쳤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사업자가 지급한 알선수수료는 2015년 5094억 원에서 지난해 1조2767억 원으로 150.6% 급증했다.

올해 가장 먼저 3분기 실적을 내놓은 호텔신라는 면세점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5.6% 쪼그라들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3분기 실적이 이와 비슷한 흐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점차 회복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54만1350명으로 1년 전보다 24.6% 늘었다.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이전에 월평균 방문객이 60만 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더욱이 단체관광객보다는 개별관광객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국내 면세점사업자들에겐 알선수수료 등을 지불하지 않고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장기적 시각에서 중국 보따리상 등 기업형 고객이 매출규모를 꾸준히 불릴 수 있는 고객군이라면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은 악화된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고객군인 셈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중국 위챗페이, 알리페이의 안면인식 결제서비스를 도입했다. 신라면세점도 위챗페이와 손잡고 안면인식 결제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결제서비스를 주요 결제수단으로 적극 장려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들의 발길을 잡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신라면세점은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의 글로벌 인플루언서(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SNS 유명인)들과 손잡고 펼치고 있는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 퍼져있는 인플루언서들의 팔로워들을 개별 고객으로 유치하면 상대적으로 중국 보따리상에 치중된 고객 비중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마케팅비용이 들 수 있지만 기업형 고객을 대상으로 할 때와 비교하면 비용부담이 덜한 데다 돌아오기 시작한 중국인 개별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면 중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 동안 국내 면세점 주요 고객의 변화에 따라 마케팅 방식에도 변화가 생겨왔다”며 “고객 구성이 안정될 때까지 면세점업체는 수익성보다는 매출 및 영업이익 극대화에 최적인 마케팅을 찾기 위한 방향으로 노력을 더 기울일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