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대표제품 카스의 가격과 마케팅을 손보고 있다.

카스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2위 제품과 큰 격차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판매량이 줄어들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라 공세에 카스 점유율 흔들, 오비맥주 마케팅과 가격 대응 부심

▲ 브루노 코센티노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


28일 맥주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오비맥주는 카스의 강점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마케팅과 가격 조정 등으로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새 제품 ‘테라’를 견제하고 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경쟁사가 새 제품을 들고 나와 주력 브랜드 교체 전략을 펴고 있다고 해서 덩달아 당장 새 제품을 내놓으며 다양화 전략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카스가 여전히 점유율 40%에 이르는 대표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비맥주는 2022년까지 3년 동안 카스의 품질 향상과 영업, 마케팅에 4천억 원을 투자하며 국내 맥주사업에서 대표 브랜드 카스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테라 출시 뒤 ‘저스트 메이드(Just Made)’ 캠페인을 통해 카스의 생산일자와 판매일자가 짧아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는 국내 맥주제품 가운데 회전율이 가장 빠른 제품”이라며 “국내 맥주사업에서 카스 브랜드의 경쟁력 제고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오비맥주는 최근 2020년 말까지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내린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오비맥주는 이를 놓고 2020년 주세법 개정에 따른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테라 견제용이라는 반응이 많다.

오비맥주는 앞서 4월 가격을 전격적으로 인상했다가 6개월 만에 또 원상복귀하면서 올해 가격정책에서 변화가 이례적으로 많았다.

오비맥주가 업체들의 반발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을 조정한 것은 오비맥주가 처한 위기감을 보여준다. 카스 브랜드의 점유율 하락세는 오비맥주 맥주사업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맥주사업은 시장 점유율, 공장 가동률에 따른 영업이익률 변화가 큰 산업이다. 

오비맥주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수익성이 최저점을 보이다가 카스가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점유율 확대와 마진율 개선을 동시에 이끌었다.

오비맥주는 2018년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이 65% 수준, 공장 가동률이 80~90%를 웃돌면서 맥주부문 영업이익률이 30%까지 올라갔다.

반면 오비맥주에 점유율을 뺏긴 하이트진로는 2018년 기준 맥주공장 가동률이 40%를 밑돌았고 맥주부문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3%를 보였다.

다만 맥주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마케팅과 가격정책만으로는 경쟁사의 신제품으로부터 점유율을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올해 9월 강남, 여의도, 홍대 등 서울 주요지역 식당을 방문해 맥주 제품별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를 봐도 카스는 점유율이 39%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새 제품 ‘테라’(점유율 61%)와 경쟁에서 크게 뒤처졌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올해 3분기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이 약 5~6%포인트 정도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비맥주의 3분기 국내 맥주 판매량이 최소 15% 이상 감소했을 것”이라며 “특히 메인 브랜드인 카스의 판매량 감소폭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비맥주는 수입맥주를 포함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약 55~6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비맥주의 이 점유율은 카스 브랜드 제품이 책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카스 후레쉬와 카스 라이트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41.2%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