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부' 정의선 임직원과 허물없이 만나다, "결재판은 싫어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사옥 대강당에서 '타운홀 미팅'에 직접 참석해 임직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결재판을 예전부터 싫어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등 생각과 습관을 솔직하게 밝히고 직원들에게 질문도 하는 등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도 털어냈다.

현대차그룹은 22일 서울 양재사옥 대강당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임직원 약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고 밝혔다.

타운홀 미팅은 다양한 주제로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수평적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된 행사다. 3월과 5월 두 차례 열렸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타운홀 미팅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정 수석부회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문답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셀카를 함께 찍는 등 소탈한 행보를 보였다. 직원들이 정 수석부회장을 ‘수부(수석부회장의 줄임말)’라고 부르는 등 격의 없는 시간이었다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보고문화의 변화를 놓고 실제로 결재판 수기결재를 사용하지 않느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나도) 안 한다. 예전부터 싫어했다”며 “메일로 전달할 내용은 메일로 전달하고 화상으로도 얘기한다”고 말했다.

얼굴을 맞대고 앉았을 때 할 수 없는 얘기거나 깊이 있는 정보가 필요한 때에 한정해서만 결재판 수기결재가 필요하다며 메일을 보낼 때도 파워포인트 등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파워포인트는 보내는 이도, 읽는 이도 힘들다”며 “몇 줄이라도 뜻이 전달될 수 있는, 효율적이고 빠르고 뜻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추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변화를 추진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과거 5년, 10년 정도 (현대차그룹이) 정체됐다고 자평한다”며 “세계 트렌드가 바뀌는데 우리가 변화에 좀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해서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변화의 종착점을 놓고 “본인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재미를 느끼고 만족한다면 개인적으로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봤다.

정 수석부회장은 변화의 가속화를 통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소통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 조직의 수장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봤다.

정 수석부회장은 사내조직 사이 소통과 협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제가 솔선수범하고 사장과 본부장급이 솔선수범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톱(Top)에서 움직여야 여러분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노력하는 것은 항상 제가 주선해 본부장과 미팅하고 서로 안풀리는 것을 그 자리에서 풀려고 하는 것”이라며 “실무에서는 일을 풀려고 하는게 아니라 더 창의적으로 하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수부' 정의선 임직원과 허물없이 만나다, "결재판은 싫어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사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직원들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 수석부회장의 사생활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라는 한 직원의 질문에 정 수석부회장은 “특별한 기술은 없다”면서도 “잘 자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운동하면서 많이 풀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고 대답했다. 다만 술을 마셔서는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 수석부회장은 궁금했던 점을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질문하기도 했다.

최근 선물받은 책 ‘그러니까...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해 쓴 책)을 놓고 “여러분들이 이 책을 잃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며 “청년세대들은 현실에서 그 순간을 즐기기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데 이것이 맞는 것인가 틀린 것인가”라고 물었다.

책 내용 가운데 기성세대들이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들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느끼는지 궁금하다”며 “이런 것들이 회사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책을 보낼 테니 읽은 뒤 느낌을 본인에게 다시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의 비전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내놨다.

그는 “기본적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는) 안전을 바탕에 두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라며 “사람과 사람이 가상적으로(virtually)가 아닌 실제로(actually) 만나서 대화하고 기쁨을 나누는 데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래와 관련해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비행체(PAV)가 30%, 나머지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