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유상증자 규모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11월 초 이뤄지는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구주 가격보다는 유상증자 규모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구주 가격보다 유상증자 규모가 승부 가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KDB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은 구주와 신주를 놓고 오랜 기간 논의를 이어왔는데 최근 인수후보에게 발송한 본입찰 안내서에 구주 가격과 관련한 조건은 없고 유상증자 규모의 하한선만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는 금호산업이지만 사실상 산업은행이 매각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스스로를 아시아나항공 매각 TF팀장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이 회장으로선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되는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들거나 경영능력이 부족한 곳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낙점되면 원래 주인보다 더 좋은 주인을 찾아주려는 매각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탓에 유상증자 규모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매각이 공식화한 직후 8천 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5천 원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인수후보들은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떨어지면서 한 숨 돌릴 수 있었는데 유상증자 규모의 하한선이 반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규모를 최소 8천억 원 이상이라고 제시했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8천억 원이면 현재 적격 인수후보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4곳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8천억 원에 구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으면 최소 1조5천억 원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인데 예상보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SK그룹이나 한화그룹 등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았고 몇 달 사이 항공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눈에 띄게 악화되면서 매각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가격을 낮춰 이른 시일 안에 매각을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인수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고 산업은행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황이 악화됐고 아시아나항공 몸값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새 주인을 까다롭게 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고 항공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구주 가격보다 유상증자 규모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169억 원을 냈다. 2분기 기준 부채규모는 9조6천억 원에 이른다. 항공업황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실적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한다고 해도 기업가치 개선과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유상증자 규모 가이드라인이 본입찰에 미칠 영향을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인수 자체보다 인수 이후를 책임질 새 주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지만 본입찰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이스타항공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을 눈 여겨 보고 있는 인수후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이 매각설을 부인하긴 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 6개의 저비용항공사가 있는데 내년 3개의 저비용항공사가 취항하면 저비용항공사만 9개로 늘어난다.

대기업이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예비입찰이 흥행에 실패했는데 본입찰에서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진 점을 보면 본입찰에 참여하려는 대기업이 있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