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층 거침없이 사업의 발걸음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재판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롯데그룹은 시급한 현안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등 그룹의 미래를 위한 사안들에 손을 댈 수 있게 됐다.
 
[오늘Who] 신동빈 '경영공백 리스크' 해방, 롯데 신발끈 다시 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7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롯데그룹 처지에서 보면 총수의 부재 가능성이라는 변수가 해소되면서 오너 리스크의 ‘집행유예’에서 드디어 벗어난 셈이다.

가장 관심을 받는 사안은 단연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이 롯데지주 중심의 지주사체제를 완성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내야만 하는 과제다.

신 회장은 1년 전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제일 먼저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에 편입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올해 10월에는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롯데지주의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해 롯데지주와 관련된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롯데지주 아래 두겠다는 계획의 실행만이 남았다.

호텔롯데는 지분의 97.2%가량을 일본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롯데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는 일본 주주들과 신뢰관계를 쌓아온 신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롯데그룹 측은 그동안 호텔롯데 상장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지만 신 회장의 재판과 관련된 불안정성이 해소된 만큼 재추진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최근 불거진 반일감정과 일본 불매운동의 타격을 크게 받으면서 다시 한 번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이미지 개선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실적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 회장은 1년 전 경영복귀 당시 5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가운데 정보통신 관련 투자비중이 가장 크다.

실제로 신 회장은 경영복귀 뒤 바로 롯데쇼핑에 e커머스 관련 인력 400명을 충원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신 회장은 2014년부터 옴니채널 구축 등 디지털전환을 통한 그룹의 체질 개선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독촉해왔다. 하지만 롯데쇼핑을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디지털 전환부문에서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케미칼 등 화학부문에서 스마트팩토리 구축, 롯데제과 등 식품부문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품 개발과 트렌드 분석, 롯데면세점 등에서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화 마케팅 등을 구축하는 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데 신 회장의 양손이 자유로워진 만큼 이런 작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구성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 등 기존 유통강자들은 새벽배송을 무기로 내세운 신생업체들에게 시장을 많이 빼앗겼고 심기일전해 스마트물류 등 디지털 전환 투자규모를 빠르고 크게 늘리고자 한다”며 “특히 롯데그룹은 디지털 전환 투자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신동빈 회장이 대법원 재판을 직전에 두고 있어 롯데그룹이 전체적으로 투자 위축 등이 있었다”며 “롯데그룹은 최근 98억 원을 투자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차세대 택배시스템을 통합구축한 데 이어 앞으로 식품, 유통, 화학 등 전체 계열사들의 물류시스템을 연결하는 물류시스템 통합구축 작업을 큰 규모로 진행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장기적으로 중국, 일본 이슈와 롯데쇼핑 오프라인 유통실적 부진을 탈피하고자 롯데리츠 상장으로 유입되는 약 1조 원의 현금을 온라인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사업, 롯데면세점 롯데쇼핑 등 유통사업부문의 실적 회복, 롯데그룹의 또다른 핵심사업인 화학사업부문의 안정화 등도 신 회장이 오너 리더십을 통해 힘있게 밀고 나가야할 과제들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