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에 롯데정밀화학도 합병할까?

1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롯데그룹 화학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듬는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합병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동빈, '화학 강화' 내친 김에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도 합병하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합병 가능성은 지난 8월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사장이 롯데케미칼의 롯데첨단소재 합병을 발표한 뒤부터 업계에서 꾸준히 나왔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해 폴리카보네이트(PC)의 생산과정을 계열화한 만큼 롯데정밀화학을 합병해 고부가 제품들의 생산과정 계열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가능성은 롯데케미칼의 전자재료사업 진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 가능성이 사라지자 재점화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를 인수한 직후부터 일본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에폭시수지나 배터리용 인조흑연 생산 등 신사업을 장착하려는 계획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8조 원에서 최대 15조 원까지 전망됐던 투자 가능성이 사라진 만큼 대안으로 롯데정밀화학이 떠오르는 것이다.

신 회장에게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합병은 충분히 매력적 카드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그는 롯데그룹 화학사업의 큰 틀을 고부가 제품(스페셜티)의 역량 강화로 잡고 화학사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데 힘을 실어왔다. 롯데첨단소재 합병도 그 일환으로 추진됐다.

롯데정밀화학은 고기능성 셀룰로스 계열 제품과 염소계열 제품, 그리고 가성소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고부가 화학제품 전문회사다. 생산 과정 계열화를 통한 사업역량 강화는 그룹 차원의 기조에 들어맞는다.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는 고부가 제품 생산회사답게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영업이익이 2016년 297억 원, 2017년 1111억 원, 2018년 2107억 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런데도 주가는 고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직전 거래일인 11일 기준으로 롯데정밀화학 주가는 4만4850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2018년 3월9일의 7만8300원과 비교하면 42.7% 낮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31.13%(803만1190주) 보유하고 있는데 나머지 주식을 사들이는 데는 7969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롯데케미칼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2조8922억 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액상으로 무리한 수준도 아니다.

다만 신 회장이 실제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합병을 시도한다면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정밀화학은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0.2%에 지나지 않는다. 동시에 영업이익률은 13.7%로 화학회사들 가운데 상당히 준수한 편이며 롯데케미칼의 8.3%보다도 좋다.

이는 주주들이 롯데정밀화학을 우량기업으로 보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2009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은 자회사 롯데대산유화를 흡수합병한 뒤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KP케미칼까지 합병하려고 했다.

당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과도한 매수금액을 요구하자 호남석유화학은 KP케미칼 합병을 중단했다. 호남석유화학은 결국 2012년 12월에야 KP케미칼까지 합병하고 롯데케미칼로 회사이름을 변경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상장회사의 합병은 비상장회사의 합병과 다르게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다”며 “롯데정밀화학을 합병하더라도 준비 과정부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현재 관련 논의의 진행 여부도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