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경영진들과 취임 이후 첫 만남에서 어떤 공정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까?

일감 몰아주기와 기술유용을 중요한 주제로 다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만나는 조성욱, 공정위 정책 무게중심에 재계는 시선집중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11일 재계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22일 열리는 ‘CEO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경영진들과 만난다.

이번 간담회는 조 위원장이 9월 취임 뒤 처음으로 대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다.

전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한 뒤 바로 열흘 만에 바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경영진을 만난 것과 대조된다.

조 위원장의 최근 행보와 공정위의 정책 추진상황 등을 고려하면 우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이번 간담회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실시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놓고 “편법적 경영승계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성장기반을 훼손한다"며 "일감 몰아주기를 엄정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SK그룹과 후니드 등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공정위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10일 연구용역 발표회를 열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공개했다.

심사지침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사익편취의 기준과 대상을 명확히 제시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을 11월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기업의 중소·중견기업 기술유용행위 제재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이 취임한 뒤 현재까지 유일한 공정위의 대기업 검찰고발 사례는 대기업의 기술유용이다.

공정위는 9월30일 한화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를 하도급회사 기술자료 유용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8200만 원을 부과한 뒤 임직원 3명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조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자동차, 전자, 화학 등 업종에서 기술유용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대상 업종을 지목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이 취임한 뒤 아직 대기업을 향해 이렇다 할 직접적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조 위원장이 이번 간담회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지 관심이 높다.

조 위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재벌개혁을 강조해 왔고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전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정책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12년 내놓은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논문에서 “가난한 집 맏아들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한 것처럼 재벌의 높은 성과가 있기까지 인적, 물적 자원을 몰아준 우리 경제 구성원들이 희생이 있었다”며 “특혜를 받아 성공한 대기업에 사회적, 도덕적 책임은커녕 법적 책임조차 제대로 묻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위원장은 정책추진 방향을 놓고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정책추진 방향으로 강조했던 김 실장과 달리 따로 대기업을 구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조 위원장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반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임할 때부터 국정감사 때까지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조 위원장이 꼼꼼하고 깐깐하게 기업 현장을 중심으로 한 공정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