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카드업계에서 뜻밖이란 평가가 나온다. 경쟁 심화와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고육지책’일 수도 있는 만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으로선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안게 됐다. 
 
[오늘Who] 카드불황에도 현대카드 상장, 정태영 기업가치 복안있나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기업공개에 나서는 이유는 2년 전 지분 투자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자금을 회수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은 현대카드 지분 25%가량을 사들였다. 투자규모는 3766억 원 수준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원래부터 현대카드 지분을 들고 있지 않았던 만큼 상장이 정 부회장에게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부회장은 카드업계를 향한 우려의 시선과 증시 부진 등을 뚫고 현대카드 상장을 무사히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 있다. 

특히 카드업 자체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상장이 이뤄질 지도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카드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와 간편결제시장 확대 등으로 카드사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탓이다. 상반기 카드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순이익 감소폭이 크지 않았는데 당장 하반기부터는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뒷걸음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 주가도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카드 주가는 2016년 9월 5만 원대도 넘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3만 원대 초반을 오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본업 경쟁력을 내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배당 등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시기를 알고 상장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올해 들어 정 부회장이 코스트코와 계약을 따내고 새 프리미엄 카드도 출시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점 역시 상장 추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몸집도 줄이면서 상반기 순이익을 큰 폭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21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7.4%나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임직원 수는 6월 말 기준 199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2428명보다 473명이나 줄었다. 급여와 퇴직급여, 복리후생비를 비롯해 인건비도 크게 줄었고 광고선전비 역시 지난해 상반기 188억 원에서 올해 11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번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상장이 무산되면 계약에 따라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재무적투자자들과 풋옵션 행사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카드는 7일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주간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서)를 발송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