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한 조사에서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등 잘못된 정황을 다수 포착하고 추가 검사와 엄중한 제재를 예고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특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강하게 책임을 묻고 은행권 전반의 금융상품 검증과 판매 및 영업실적 평가와 관련한 규제를 크게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헌, 파생상품 손실사태 대응해 금감원 ‘칼끝’을 은행에 정조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은 1일 파생상품 판매현황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번 손실사태에 연관된 모든 금융회사가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소비자 보호보다 수수료 수익을 노려 절차를 무시하거나 충분한 설명 없이 상품을 판매한 사례 등이 나타나면서 투자 손실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특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상품 전수조사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해외금리 하락으로 투자자 손실을 예상할 수 있던 상황에도 상품을 계속 판매하고 판매실적도 영업평가에 반영해 가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연루된 금융회사 가운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보다 국민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은행이 소비자에 피해를 입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9월30일 대정부질문에서 “은행 상품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은행이 이번 사태로 신뢰를 잃은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8일 열리는 금감원 국정감사에도 출석해 파생상품 사태와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질타와 은행의 신뢰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거센 요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금감원이 10월 말까지 실태 조사를 완전히 마무리한 뒤 해당 은행을 겨냥한 강력한 제재와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 전반에 규제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생결합상품 최고 손실률이 98%로 확정된 우리은행과 46% 안팎의 손실을 낸 KEB하나은행을 향한 제재수위도 금감원 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된 뒤 결정된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협의를 거쳐 해당되는 금융기관에 주의와 경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사태가 심각하면 영업정지와 등록 취소까지 결정할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제재조치와 관련해 금감원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은 위원장도 이번 사태에는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엄격한 대처를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상품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소비자에 판매하기도 했고 투자자 성향을 직원이 임의로 설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서류조사에서 확인된 불완전판매 의심건수만 전체의 20%를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금감원의 추가 조사 이후에는 더 많은 사례가 드러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은 손실을 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뿐 아니라 모든 은행의 상품 검증과 판매, 영업실적 평가방식 등에 모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사태 재발 가능성을 최대한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상품 규제가 엄격해지면 앞으로 은행의 영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생상품 손실사태로 금감원이 원금보장형을 제외한 상품 판매를 대부분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의 비이자수익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킨 만큼 광범위한 대응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금융회사뿐 아니라 그동안 관리감독과 단속 등 업무를 소홀히 한 금융당국에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원장이 파생상품 손실사태에 금감원의 단호한 대응과 확실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책임져야 하는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내용에 법리적 검토를 거진 뒤 재발 방지를 위한 엄정한 제재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제도적 미비점도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