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3-1상 초기결과(탑라인)를 발표한 뒤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엔젠시스가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신약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성이 입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당뇨병성 신경병증 신약의 시장성 입증 짊어져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앞으로 다가온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3-1상 초기결과에 많은 바이오업종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23~27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3-1상 초기결과를 발표한다.

헬릭스미스는 현재 시가총액이 약 3조7천억 원으로 코스닥 2위에 올라있다.

한때 바이오주를 이끌었던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임상3상이 실패한 가운데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 바이오 투자심리가 요동칠 수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젠시스의 임상3상 초기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제약바이오주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데이터가 혼조를 보이면 바이오주에 미치는 악영향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며 “임상이 실패한다면 신라젠이 올해 최고점 대비 87%까지 하락했듯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엔젠시스 임상3상의 1차 평가지표는 3개월 동안 평균통증지수(APA)가 변화했느냐다. 2차 평가지표는 평균통증지수가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다.

헬릭스미스가 엔젠시스의 임상3상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바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기술이전 계약 제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글로벌 제약회사와 기술이전을 검토해 왔다.

김 대표는 7월에 열린 헬릭스미스 기업설명회(IR)에서 “우리가 엔젠시스의 목표시장 규모를 10조 원으로 본다면 25%인 2조5천억 원 정도의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것”며 “좋은 파트너를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 판매수수료를 높게 제시하는 제약사와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임상3-1상 발표는 통증인자에 관한 내용이지 세포재생에 관한 내용이 아니란 점에서 김 대표가 원하는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포재생 효과는 이르면 올해 말에 시작되는 임상3-2상 결과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하다.

엔젠시스가 기존 치료제보다 확실한 경쟁우위에 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엔젠시스는 임상2상에서 기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인 화이자의 ‘리리카(프리가발린)’보다 통증감소 효과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어디까지나 임상2상 결과였을 뿐이다. 게다가 리리카는 국내에서 캡슐 한 알(150㎎)을 685원에 살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

반면 엔젠시스는 유전자 치료제인 만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환자가 엔젠시스를 1년 동안 복용했을 때 들어가는 약값은 5만 달러(약 5957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효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면 높은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2017년 승인을 받은 아토피피부염 유전자치료제 ‘듀피젠트’는 주사 한 대를 맞는 데 100만 원이나 들지만 기존 약보다 뛰어난 효과를 인정받아 올해 1분기에만 4325억 원가량이 팔리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젠시스가 그만큼 획기적 효과가 있었다면 이미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이 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는 임상1상~2상 전후에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을 받아 임상3상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신약이 임상3상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큰 기대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약은 임상3상에서 1차지표 달성 여부도 중요하지만 상업화를 위한 높은 효능과 함께 부작용이 적어야 하는 등 시장성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