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의 가장 큰 고민, 국토부 제재와 맞물린 '조현민 리스크'

“진에어 주가의 상승 모멘텀은 국토교통부의 제재 해소가 될 것이다.” 

진에어 관련 증권사 리포트마다 보이는 말이다. 이 말처럼 진에어 주가는 국토교통부의 제재 해소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오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호 대표이사의 고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에어 주가가 현재 역사적 저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제재가 해소된다면 상승여력은 높다.

제재 해소와 관련해 진에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부담은 '조현민 리스크'로 보인다.

조현민 전무는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는데 진에어에 대한 국토교통부 제재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이기도 하다. 한진칼이 진에어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조 전무가 한진칼 경영에 복귀하자 진에어 경영에 조 전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진에어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제도적 개선이 완료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진에어가 한진그룹 계열사인 이상 ‘조현민’이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국토교통부의 제재 자체가 조 전무와 관련해 시작된 만큼 최 대표는 제재 해소를 위해 조현민 전무가 진에어 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는 점을 국토교통부에 끊임없이 소명해야 한다. 

◆ ‘대한항공 일본 전문가’ 최정호, ‘NO재팬’ 해답 찾을 수 있을까

최정호 대표는 대한항공 최고의 일본 전문가로도 불린다.

1996년에 후쿠오카지점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장을 거쳐 2016년 1월 진에어 대표이사에 취임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근무한 날이 아닌 날보다 더 길 정도다.

최근 진에어를 비롯한 모든 저비용항공사(LCC)의 화두는 ‘NO재팬’이다. 

대부분 저비용항공사들은 동남아시아, 중국 등 대체 여행지 신규 취항을 통해 일본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진에어는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신규 취항이 막혀있다.

여기서 일본 전문가로서 최정호 대표의 수완이 돋보일 수 있다. 

일본은 가장 대표적 단거리 여행지일 뿐 아니라 여러 소도시 수요가 많기 때문에 노선 운용의 묘가 요구되는 지역이다. 일본 전문가라는 말은 곧 ‘단거리노선 운용 전문가’라는 말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신규 취항이 어려운 진에어로서는 결국 ‘운용의 묘’를 살려 난관을 타개해야 하는데 여기서 최 대표의 노선 운용 실력이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에서 대형기를 운용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 역시 최 대표의 강점 가운데 하나다.

중·소형항공기를 운용하는 다른 저비용항공사들과 달리 진에어는 대형 항공기인 B777을 운용하고 있다. 신규 항공기 취항이 불가능한 진에어로서는 B777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수익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데 최 대표는 대형기 운용경험이 대형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상장 때보다 반토막 난 주가, 최정호의 책임은?

진에어 주가는 최근 매우 힘든 구간을 지나고 있다. 상장 시점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상으로 하락했다.

진에어 주가는 2017년 12월8일 상장한 날 2만88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019년 9월16일 종가 기준 진에어 주가는 1만5천 원이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최 대표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진에어의 현재 주가는 국토교통부의 제재와 최근 급격히 악화된 항공업황이 겹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진에어가 상장한 날 경쟁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 주가는 3만5050원이었다. 그리고 2019년 9월16일 종가 기준 제주항공 주가는 2만4300원이다. 

진에어보다 하락폭이 조금 덜하긴 하지만 역시 상당한 하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티웨이항공 또한 상장일인 2018년 8월1일 1만1550원에서 2019년 9월16일 5030원까지 하락했다. 

물론 업황과 오너 리스크가 주가 반토막의 책임을 온전히 면제해 줄 수는 없다. 

국토교통부 제재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최 대표의 가장 커다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오너리스크’와 ‘국토교통부 제재’에 울고 웃었던 진에어 주가

진에어 주가는 상장 이후 오너리스크에 따른 국토교통부 제재와 부침을 함께했다.

상장 이후 3만 원대를 유지하던 진에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은 당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횡포사건이 발생한 때와 일치한다.

진에어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꾸준히 떨어지기 시작하다 항공면허 박탈 논란을 거치며 2만원 대를 지나 2018년 8월 국토교통부 제재가 시작되면서 10월에 결국 1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주가는 계속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 2019년 초 반등하기 시작했다. 진에어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경영문화개선안을 모두 이행했다고 밝히면서 ‘제재 해소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기 시작했다. 주가는 4월 중순에는 2019년 9월 기준 52주 신고가인 3만1250원도 보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목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조현민 전무가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하면서 제재 해소 기대감도 차갑게 식었다. 

여기에 항공업계의 전체적 불황까지 겹치면서 진에어 주가 역시 같이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 직원들 신임을 얻고 있는 ‘현장 전문가’

국토교통부 제재가 길어지고 진에어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최정호 대표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최 대표가 경영과 관련해 욕심이 많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최근 진에어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을 지나치게 닦달한다는 불만을 지닌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정호 대표는 현장에서 오래 근무해 현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리더로 알려지고 있다. 

현장 이해도가 깊은 데다 일본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살려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 노선 수요가 급감했을 당시 일본으로 기수를 돌리며 오히려 2017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2018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 사태 당시 최정호 대표를 두고는 아무런 구설수가 생기지 않은 점을 놓고 볼 때 직원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