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아버지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꾸려놓은 전문경영인체제 속에서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김 부회장으로서도 급작스러운 세대교체보다는 오래동안 동원그룹에서 일해온 전문경영인들을 ‘멘토’로 삼아 그룹 경영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며 자연스러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남정, 동원그룹 전문경영인 '멘토'들과 안정적 오너2세체제 순항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16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김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2세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김 명예회장이 다져놓은 경영의 방향이 별다른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동원그룹은 애초 4월 김 명예회장의 퇴진과 함께 17년 동안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로 일해 온 박인구 부회장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 등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동원그룹은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정점으로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건설산업 등 4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는 박인구 부회장과 함께 젊을 때부터 김 명예회장을 옆에서 보필해 동원그룹의 대표적 ‘가신’으로 꼽히는 박문서 사장이 맡았다.

박인구 부회장(1946년 출생)보다 박문서 사장(1958년 출생)이 크게 젊지만 김 부회장(1973년 출생)이 주도하는 세대교체라고 보기엔 어려운 이유다.

박문서 사장(1958년 출생)뿐 아니라 김재옥 동원F&B 사장(1963년 출생),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사장(1959년 출생), 신동균 동원건설산업 사장(1961년 출생)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대부분 김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된다.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실질적 그룹 승계는 끝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사람들과 함께 그룹을 꾸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위 역시 김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에도 동원그룹의 동일인(총수)로 김 명예회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주 대표이사뿐 아니라 계열사 사장들 및 임원들 역시 김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아 최소 10년에서 많게는 30년여씩 동원그룹에서 일해 온 최측근들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그룹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으로서도 그동안 김 명예회장의 믿음을 쌓아온 전문경영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현재 체제를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이 그동안 동원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영업, 기획, 재무,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아왔지만 아직 그룹 수장으로 전면에 나서기에는 젊은 만큼 그동안 동원그룹을 든든하게 받쳐온 전문경영인들이 김 부회장을 지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2003년 동원금융지주 대표이사를 맡고 2011년부터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과 달리 김남정 부회장은 아직까지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도 없다.

김남구 부회장이 금융업이라는 독자적 사업을 다룬 것과 달리 김남정 부회장은 그동안 아버지인 김 명예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남정 부회장이 그동안 경영능력을 입증해왔던 만큼 앞으로 새 경영체제를 조금씩 갖춰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평소 성격은 조용하고 겸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할 때는 사뭇 다르게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공을 세워왔다.

2008년 글로벌 1위 참치통조림 회사 스타키스트 인수를 시작으로 그룹 경영에 나선 뒤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부턴 한진피앤씨, 테크팩솔루션, 탈로파시스템즈, TTP, MVP, 금천 등 크고 작은 그룹의 인수합병을 대부분 진두지휘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남정체제’에서도 아버지가 해왔던 것처럼 김 부회장은 그룹의 큰 틀과 방향을 잡는데 주력하고 개별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형인 김남구 부회장 역시 김 명예회장에게 배운 것처럼 전문경영인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내는 오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김 부회장 역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하는 체제를 크게 흔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