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충돌과 관련된 의원 수사에 들어가면서 정치권 전반에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총장은 국회의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 행위와 연관된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오늘Who] 문재인 '재신임'받은 윤석열, 한국당도 조국처럼 수사하나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는 현재 경찰로부터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된 고소·고발 18건의 수사를 넘겨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들의 수사대상에 오른 의원 수만 109명에 이른다. 

윤 총장이 취임 직후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의 검사 수를 2배 늘려 놓아 이전부터 패스트트랙 충돌사건을 수사할 채비를 갖춰왔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그는 “정치적 사건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논리를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패스트트랙 충돌의 수사를 강도높게 진행해 조 장관 관련 수사에서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공세를 받았던 부담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해 고소·고발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관련 영상자료 등도 많아 수사속도도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하면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면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총장에 관한 신임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은 원칙주의자”라며 “조 장관에 관련된 수사와 마찬가지로 패스트트랙 충돌과 연관된 수사도 신속하고 강도높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총장에게 패스트트랙 충돌에 관련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패스트트랙 수사를) 처리하기를 기대한다”며 “민주당은 수사대상 의원 전원이 경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았지만 한국당은 의원 전원이 소환조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윤 총장의 칼끝이 방향을 틀어 그들에게 향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수사대상 의원 109명 가운데 59명은 한국당 의원이고 이들 대다수가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한국당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행·감금을 하거나 그 과정에서 상해나 서류손상 등이 일어나면 5~7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2천만 원 이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의원이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 자리를 잃어버리면서 선고 시점으로부터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가 나오면 10년 동안 선거에 나올 수 없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과 관련된 사안은 내가 책임의 중심에 있다”며 “나 하나만 조사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현직 법무부 장관을 강제수사하는 검찰이 야당 의원도 수사하겠다는데 국민에게 야당 탄압이라 주장할 수 있나”라며 “윤 총장의 노림수는 조 장관 하나를 미끼로 야당 의원 수십 명을 보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조 장관에 관련된 수사를 확대할 때부터 한국당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며 “패스트트랙 충돌에 관련된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한국당 지도부가 받는 압박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