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전속고발권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앞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10일 조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오늘 Who] 조성욱, 공정위 전속고발권 놓고 윤석열과 신경전 벌이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조 위원장이 당면한 주요 공정위 현안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다.

조 위원장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공정위의 현안을 놓고 “가장 처리가 시급한 현안으로 공정거래법 개정, 갑을문제 개선, 전자상거래법 개정, 혁신경쟁 촉진, 공정위 역량강화를 꼽고 싶다”고 대답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주도로 마련돼 2018년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뒤 현재까지 1년6개월 동안 계류 중이다.

조 위원장은 법안 통과를 위한 의원 설득 과정을 비롯해 개정안이 통과된 뒤 시행령 손질 등 후속조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내용 가운데 검찰과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다.

검찰은 공정거래법이 1980년에 제정 된 뒤부터 꾸준히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폐지, 축소를 시도해 왔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정거래사건에 관심이 많아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폐지, 또는 축소 움직임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놓고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중대 범죄인 경성담합(가격·입찰담합) 억제 등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개인적 배경도 검찰의 공정거래사건 대응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아버지는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경제학자인 윤기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다. 윤 총장은 경제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시카고 경제학파의 책을 많이 읽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그의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을 정도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이 된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같은 요직에 공정거래 관련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를 배치하는 등 이미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 검찰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취임사에서는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앞으로 검찰 수사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총장의 취임사를 놓고 “공정경쟁 주무부처는 공정위”라며 “저희 부처 일에 협조해 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선을 그었다.

조 위원장과 윤 총장의 생각 차이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공정위의 전속거래권을 놓고 경성담합,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 등 권한의 일부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 위원장도 이 전면개정안에는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완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완전 폐지는 검찰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검찰에 권한이 집중된 점을 고려해 검찰개혁 추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조 위원장이 입법 논의 과정에서 비교적 유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완전 폐지는 문 대통령의 애초 공약이었다. 하지만 김상조 전 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전속고발권의 일부만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데다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어 이 방침이 그대로 정부 의견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9일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점도 윤 총장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놓고 목소리를 내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권력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사회에서 특정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지니고 있으면서 통제를 받지 않는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