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년 동안 숨 가쁘게 진행해온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일본 롯데 영향력을 낮추는 작업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신동빈 롯데 지배구조 개편 막바지, 대법원 판결 '불확실성'은 부담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9일 롯데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사안으로 꼽히던 지주 전환에 따른 금융 계열사 매각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2017년 10월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만큼 공정거래법상 2년이 되는 올해 10월까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 금지에 따른 모든 조치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초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JKL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한 데 이어 8월30일 BNK금융지주 지분 2.76%를 603억 원에 부산롯데호텔로 넘겼다.

부산롯데호텔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이고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인 만큼 금산분리를 포함한 지주사 관련 국내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제 롯데지주가 들고 있는 금융회사 지분은 신한금융지주(0.10%)와 롯데캐피탈(25.64%)뿐이다.

신한금융지주 지분은 BNK금융지주 지분과 마찬가지로 처분하는 데 별다른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롯데캐피탈 지분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만큼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처럼 외부 매각보다는 지주사체제 밖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등으로 일단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구속에서 풀려나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1년 동안 추진해온 사업재편이 일단락되는 것이다.

신 회장은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리하는 것과 동시에 유통·식품 중심이던 그룹 사업구조를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으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영일선에 복귀하자마자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히는 롯데케미칼 지분 23.24%를 일본 롯데측에서 롯데지주로 옮긴 데 이어 2020년 1월까지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 덩치를 불리고 있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그룹 석유화학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점찍은 만큼 앞으로 롯데정밀화학도 롯데케미칼에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통·식품사업에서 활로를 뚫기 위해 추진해온 롯데리츠 상장도 10월 말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백화점 4곳, 아울렛 2곳, 마트 4곳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회사로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AMC도 부동산자산관리를 맡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신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그룹체계가 확고히 자리 잡은 데 이어 새 먹거리가 될 신사업 진출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면서 새로운 지배구조를 갖춘 ‘신동빈호’가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신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과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이 좀처럼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있다.

신 회장으로선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일본 롯데와 고리를 끊는 것이 최우선 과제지만 최근 일본과 갈등으로 여건이 더욱 악화된 데다 대법원 판결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대법원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롯데그룹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만큼 신 회장은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이 다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그동안 숨가쁘게 진행됐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