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연이어 새로 쓰고 있지만 수익성은 낮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자이익이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저금리 기조와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비이자이익 증가세 역시 투입한 자본과 비교해 신통치 못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순이익 규모는 늘었지만 은행 쏠림 탓에 수익성은 제자리

▲ 국내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연이어 새로 쓰고 있지만 낮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수익성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 Pixbay>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는 최근 수년 동안 각 카드나 보험처럼 업황에 따라 부침을 겪는 계열사들도 일부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순이익 덩치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매년 또는 매분기 실적발표 때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새로 쓰는 금융지주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으며 대다수 금융지주들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부터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규모가 뒷걸음질 치면서 국내 경기가 악화하는 흐름이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지만 금융지주들은 이와 달리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 4곳의 전체 순이익 규모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5조3990억 원, 2015년 5조6145억 원, 2016년 6조8413억 원, 2017년 9조4617억 원, 2018년 9조9121억 원 등이다.

5년 동안 순이익 규모가 거의 2배 가까이 불어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별다른 개선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각 금융지주의 고민이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수년 동안 각각 0.6~0.9% 사이에 머무르고 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좀처럼 1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뒤 국내 금융지주들은 꾸준히 양적 성장을 이루는 것과 동시에 평균 총자산이익률이 2.0%를 웃도는 등 질적 성장까지 함께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자산이익률이 0.3% 수준까지 추락한 뒤 10년여가 지나도록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금융그룹들이 대략 총자산이익률(ROA)은 1%대 중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15%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의 자산 및 수익 비중이 주력 단일업종 한 곳인 은행에 심하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지주의 자회사 권역별 이익 비중은 은행이 64.3%로 가장 높고, 금융투자 18.1%, 여신전문회사 등 12.8%, 보험 3.7%로 나타났다.

비은행부문 강화를 통해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앞세우며 인수합병을 실시하고 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내놓으며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은행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게다가 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인 은행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저금리 기조와 가계대출 규제, 경기둔화 우려 등에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것란 관측이 우세한 만큼 당분간 금융지주들의 수익성도 개선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올해와 내년 저성장·저수익 국면을 예상하고 저우량 자산을 우량 자산으로 교체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비중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찾는 데 더욱 골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