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나경원, 법무장관 가는 조국 앞에서 한국당 대응 고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수순 앞에서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로서는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임명 반대 여론 결집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나 원내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한국당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조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한국당에서 특별검사 또는 국정조사를 요구하거나 9월 정기국회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흐름을 타고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임명 수순에 들어가려는 것으로 보이자 강경 대응을 통해 여론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대국민 기자간담회로 어느 정도 검증절차를 치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도 조 후보자의 임명 수순을 밟는 절차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급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6일까지 다시 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 수 있는 여유가 사흘에 불과한 셈이다. 현행법상 국회에서 기한까지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을 언제든 임명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협상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열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에서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조 후보자의 대국민 기자간담회로 적지 않은 의혹이 해소됐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전에 조 후보자 동생과 동생의 전부인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에서 합의된 청문회 일정을 이미 넘겼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이때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협상력 문제가 도마에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나 원내대표가 인사청문회 개최를 위한 추가협상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만 참여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 의원의 과반)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제기를 지속하면서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을 유지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나 원내대표가 3일 조 후보자의 대국민 기자간담회 내용을 반박하는 언론 간담회를 주도한 점도 여론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언론 간담회에서 “끝까지 가려면 최소한 법과 제도를 지켜야 한다”며 “(한국당의) 이번 언론 간담회는 최소한의 검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당뿐 아니라 미래당, 대안정치연대, 정의당 등도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촉구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대국민 기자간담회가 향후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국민 기자간담회는 증인 요청이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없는 만큼 인사청문회와 비교해 자질과 도덕성 검증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여야가 남은 사흘 안에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여는 데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증인 없이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을 질문받자 “물리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여야 협상은 국회에서 해야 할 몫”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