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자시의 주민소환 움직임으로까지 번졌다.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이뤄지는 공개토론회가 원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2공항 관련 원희룡 주민소환 움직임, 맞장 공개토론회에 시선 모여

원희룡 제주도지사.


2일 제주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김태환 전 제주지사의 주민소환 이후 10년 만에 도지사의 주민소환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민중연대는 8월30일 ‘원희룡 지사 퇴진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주제로 주민소환제도 주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제2공항 갈등과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포화, 동물테마파크 추진 논란, 강정해군기지 군사보호구역 설정 문제, 오라관광단지 인허가, 드림타워 카지노, 수천억 원대 소송에 휘말린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등 풀어야할 지역현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원 지사의 시선이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가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장기간 고정 출연하며 이미지 개선에 집중하고 있고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여러 정치적 발언은 내놓는 등 중앙정치를 위한 행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많은 제주도의 현안을 들며 주민소환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결국 핵심 사안은 제2공항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제2공항 건설을 위한 행정절차상 10월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도 원 지사를 직접 겨냥한 주민소환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10월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 평가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지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공항 건설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민소환을 통해 원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으로 주민소환이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일단 주민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이 발의되는 것까지 진행되면 도지사의 직무가 즉시 정지되기 때문에 원 지사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한 주민소환은 이미 10년 전에도 있었다.

2009년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주민소환 주민투표까지 이뤄졌지만 투표율이 11%에 머무르면서 개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소환은 지역 유권자의 10% 주민서명을 얻은 뒤 유권자의 33%가 투표하고 유효투표수가 과반수를 넘으면 시행된다.

원 지사는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8월28일 진행된 제주도청과 제2공항 성산 반대대책위원회의 방송 공개토론회에서 제주도청과 반대 측의 의견차이만 확인했기 때문에 4일 열리는 토론회에서 원 지사가 주민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원 지사는 그동안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개인 유튜브방송 등을 통해서만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알려왔기에 공개 ‘맞장토론’에 더욱 시선이 모이고 있다.

원 지사가 주민 설득을 통해 제2공항의 갈등을 매듭짓는다면 중앙정계 복귀를 위한 발판을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주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제2공항 문제는 찬반 논란이 큰 만큼 주민 설득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 원 지사에게 정치적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중앙정치를 위한 일련의 움직임에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