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자재산업 위기 맞을 수도”

▲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한국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선박기자재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13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우리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 조선업이 슈퍼 빅1체제로 개편을 앞두고 있는데 기자재회사들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민생경제와 사회적합의 포럼'은 민생경제문제와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으로 민병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 소장은 “조선업계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영향력이 커지면 기자재회사들을 향한 통제력도 강해진다”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을 찾기 전에 기자재회사들의 발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원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연구원 원장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슈퍼 빅1체제는 한국 조선업계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건조물량 감소로 이어져 선박기자재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이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자재회사들은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능력에 의지하고 있어 생산능력 축소는 기자재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면 중형 조선사에게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백순환 전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STX조선해양과 대한조선, 성동조선해양에 기술이나 일부 선박의 설계도를 지원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이 끊긴다면 이들 중형 조선사들은 고립되고 결국에는 폐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국가 차원의 조선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조상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 일본에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수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선박 기술의 연구개발능력이 강화되고 기술인력 충원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그룹에 합병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안 원장은 경상남도가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을 거느리는 지주사 공사를 설립해 대우조선해양을 지방공기업화 하는 방안과 조선업계 바깥에서 인수처를 찾는 방안을 내놓았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을 포스코와 같은 준공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0.72%의 국민연금공단이며 주요 임원은 최대주주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황 본부장은 “한국 조선산업은 주요 의사결정권이 오너 및 오너와 가까운 이사진에 집중돼 있다”며 “조선산업이 국가경제, 관련사업,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도 조선사가 경영 악화로 사업을 철수하려 할 때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