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의 중심에 놓는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차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본질에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의지가 더해져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경영권 승계도 겹쳐져 현대모비스를 중심의 대대적 재편작업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남희헌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지난 시간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현대차그룹에서 현대모비스가 왜 중요한지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2월 중장기 성장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인수합병을 포함해 미래 투자에 모두 4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특히 미래차 분야에 집중투자를 하면서 현재 9조 원 수준인 핵심부품사업의 매출을 2025년까지 2배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에 강력한 투자를 하면서 롤모델인 ‘덴소’처럼 키워나가고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나요?

남희헌 기자(이하 남): 언뜻보면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의 중심으로 키우는 것은 쉬운 일로도 보여집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복잡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지배구조 개편과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곽: 핵심은 순환출자고리죠. 현대차그룹은 아직도 4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끊어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보하라는 것이 이번 정부의 기조입니다

남: 네, 맞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이 네 개의 순환출자고리에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와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를 둘러싼 지배구조를 서둘러 해결하라고 현대차그룹에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업구조를 좀 더 단순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부문과 A/S부품사업부문 등 두 개로 구성돼 있는데요. 미래차 분야로 무엇을 들고 갈 것이냐, 나머지는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선제적 정리가 요구되는 것이죠.

사업구조 개편을 고심하는 상황에서 순환출자고리 해소라는 지배구조 개편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다 보니 정 부회장으로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곽: 사업구조 개편, 지배구조 개편도 벅찬 일인데 현대차그룹에는 더 고민해야 할 어떤 키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남: 네,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현대모비스를 덴소와 같이 만들기 가장 어려운 이유로도 꼽히는데요. 바로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개편이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와도 밀접하게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곽: 사실상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지분 등을 통해서 현대차그룹을 순환출자로 엮어서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 부회장의 영향력이 막강한 회사는 현대글로비스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 정 부회장의 의중에는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현대모비스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혀 들고 있지 않습니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든 아니면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발표했던 개편안이 바로 이런 방식을 취했습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개서 존속법인을 회사의 지배회사로 삼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법인을 밑에 두는 방식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비율을 문제 삼는 주주들이 많아 결국 좌초됐죠.

곽: 현대모비스를 키우면서 그룹의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개편도 하고 여기서 경영권 승계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주주까지 설득해야 하니까 정말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에서는 이 지배구조 개편을 어느 정도 진행하고 있습니까?

남: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에서 주요 프로젝트들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요 현재까지도 개편안은 좀처럼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곽: 결국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모비스를 덴소처럼 만들기’라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을 이끌어 가는 것이 미래 자동차산업에 흐름을 따라가고 그것을 준비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시간은 이정도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어떤 식으로 이끌고 가고 있는지 구체적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