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리스크’에 또 한 번 발목이 잡혔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 달째를 넘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롯데그룹 유통사업이 받을 타격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신동빈, 일본 불매운동에 롯데 '좋은기업' 이미지 더 절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회장은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신 회장은 7월28일 김포 롯데백화점과 롯데몰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롯데몰 김포공항점 지하 1층과 2층에는 유니클로 매장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 회장이 평소에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비공식적으로 영업장을 자주 둘러본다고 말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 회장의 이번 현장 방문의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갈등상황에 관해 직접적 언급을 피하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여왔다.

7월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 동안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일본과 갈등상황에 관한 공식적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일관계가 악화되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주는 타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지분 49%를 들고 있다. 

유니클로는 ‘히트텍’, ‘에어리즘’, ‘후리스 재킷’ 등 많은 히트상품을 내며 2018년 한국에서 매출 1조4천억 원을 거뒀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들어 매출이 20~3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알짜 수익원' 유니클로가 부진을 지속하면 롯데쇼핑이 받을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유니클로 등 패션, 생활용품 등 소비재사업에서 일본기업과 합작 브랜드가 많다. 

게다가 일본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반롯데’ 정서가 확산돼 일본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그룹 계열사들의 매출 감소까지 예상되고 있다. 

7월 들어 나온 6개의 증권사 리포트 가운데 5개가 롯데쇼핑의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고 나머지 한 곳도 롯데쇼핑의 2분기와 올해 실적 추정치를 시장의 평균 기대치보다 낮춰 잡았다.

롯데쇼핑 주가도 7월 한 달 사이 17.8% 떨어졌다. 7월5일 16만 원 선이 무너졌고 7월29일부터는 13만 원대로 떨어졌다.

온오프라인 경쟁심화, 재산세 증가, 오프라인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시장상황이 악화된 것이 롯데쇼핑 실적 부진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소비자들의 외면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브랜드별로 매출 감소폭 등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매출에 변화가 있는 곳도 나오고 있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감소를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과 관련해 “정치적 사안이다 보니 기업이 나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적이다”고 토로했다. 

신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자리잡은 롯데의 일본기업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한 사회공헌을 통해 좋은 기업으로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하반기 사장단회의를 마치면서 구체적 사업전략보다도 고객과 사회공동체와 ‘공감’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58개 계열사 임원 140여 명에게 “롯데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 회사의 전략이 투자자, 고객, 직원, 사회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남은 하반기에도 이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롯데그룹에게 이번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한번 타격을 받고 끝날 ‘단일성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궁극적으로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와 ‘반롯데’ 정서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암초를 곳곳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