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출시 지연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갈수록 어려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부진 탈출구로 꼽혔던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고 사장이 반전 계기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오늘Who] 고단한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다시 화웨이 추격권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6일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상대로 한 제재를 완화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뛰어넘겠다는 화웨이의 목표가 다시 가시권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홍콩 TF증권의 분석을 인용해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6천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화웨이가 미국의 무역제재 이전에 내놓았던 자체 전망치인 2억5천만 대를 뛰어넘는 수치다.

TF증권은 화웨이가 미국정부의 제재로 사용할 수 없게 됐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유튜브, 지메일 등의 서비스 사용을 이르면 7월 중 다시 승인을 받아 스마트폰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도 미국 반도체기업이 이른 시일에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협상을 벌인 뒤 화웨이를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무역제재가 사실상 해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5월부터 화웨이가 미국 기업의 기술이나 부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조치를 도입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사실상 스마트폰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제재로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요를 대거 빼앗으며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약 2개월만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사실상 종결되면서 삼성전자의 이런 기대는 ‘일장춘몽’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부터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1위에 오르겠다는 화웨이의 공세가 더 거세지면서 삼성전자가 오히려 더 큰 위협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TF증권은 “화웨이가 해외에서 판매전략을 더 공격적으로 펼치면서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고 있다”며 “미국 무역제재가 애국심을 자극해 중국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사업 부진에서 벗어날 중요한 탈출구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2년만에 최저 영업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올해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를 강화해 내놓는 전략으로 실적 반등을 노렸지만 부품 원가가 높아진 데다 갤럭시S10의 수요를 잠식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고 사장이 야심작으로 앞세웠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도 하드웨어 결함으로 출시가 예정보다 3개월 가까이 늦춰지고 있어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수출규제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 사장의 처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와 자체 프로세서 ‘엑시노스’, 중소형 올레드패널에 사용되는 소재가 모두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에 오르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마저 나온다.
 
[오늘Who] 고단한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다시 화웨이 추격권에

▲ 삼성전자 갤럭시S10과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30프로.


계열사인 삼성전기의 기판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삼성SDI의 배터리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다른 핵심 부품까지 일본 정부 규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경영회의를 열고 TV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까지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미칠 가능성에 대비해 경영진들에 선제적 대응전략 마련을 주문했을 정도로 다급한 상황에 놓였다.

고 사장은 이런 시장상황에 대응할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당장 당면과제로 안고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실적 반등을 이끌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화웨이 제재까지 원점으로 돌아가 치열한 시장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고 사장이 단기간에 탈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 완화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출길이 열릴 수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화웨이 스마트폰을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