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삼성전자의 위기대응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계열사까지 경영보폭을 본격적으로 넓히면서 그룹 총수로서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일본 수출규제에 일선지휘로 삼성 위기대응 리더십 보여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5일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경영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로 TV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사업까지 악영향이 번질 가능성과 대응방안 등에 관련해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일부 수출만을 규제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은 사태 확산과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다방면의 대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악영향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만 한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은 삼성전자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일부 물량을 확보해 당분간 공장 가동중단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 외교협상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에 반응해 다른 품목에도 추가로 수출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삼성SDI의 배터리와 삼성전기의 기판 또는 적층세라믹콘덴서에 사용되는 소재가 규제대상에 포함되면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SDI는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 등 일본기업에서 배터리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분리막소재를 받고 있다.

삼성전기는 기판에 사용되는 일본산 소재가 수출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사용되는 이형필름 등 소재도 일본 제품이 사용되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큰일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삼성 전자 계열사 경영진에도 비슷한 당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계열사의 사업이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부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자 계열사 전반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SDI를 찾아 경영현황을 점검하고 삼성전기를 방문해 경영진과 중장기 투자계획을 논의하는 등 경영행보를 삼성 전자 계열사까지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계열사 경영진이 이 부회장의 주도로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데 힘쓴다면 전략 수립과 외부협력 추진 등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를 계기로 이 부회장이 전면에서 위기 대응전략을 지휘하며 삼성 전자 계열사 전반에 더 확실한 리더십을 보일 기회도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를 국산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삼성SDI의 배터리와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에 쓰이는 소재도 국내에서 수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 관계자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배터리 분리막은 수급 이원화체계가 갖춰져 있어 규제대상에 오르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다른 업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일본 수출규제에 일선지휘로 삼성 위기대응 리더십 보여준다

▲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와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국내 화학기업과 협력을 추진하며 적층세라믹콘덴서 주요 소재기술을 내재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 전자 계열사의 협업과 시장상황에 따른 공동대응, 시너지 추진 등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사업지원TF 조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에서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증거자료 삭제작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어 사업지원TF의 대응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해 전자 계열사 전반의 위기 대응전략을 직접 지휘한다면 불안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각 계열사의 역량을 확실하게 모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경영회의에서 “어떤 환경 변화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시설투자계획도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