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광주수영대회 지원 줄여, 한국전력 주주 '배임고발' 의식했나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과 이용섭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 겸 광주시장이 2일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전력부문 공식 후원 협약식을 하고 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일인 12일 대회 지원금 보따리를 풀었다.

대회 개막일이 되서야 지원을 결정했고 지원액도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 등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어 한국전력이 연고지역의 큰 행사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전력 실적이 부진하고 김 사장이 평창올림픽 대규모 지원으로 배임 고발까지 당한 터라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종갑 사장은 12일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이용섭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 겸 광주시장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식 후원 협약식을 진행했다.

한국전력은 10개 자회사들과 함께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국내 스폰서의 지위를 부여받고 로고와 마스코트, 공식 후원사 명칭 등을 각종 홍보물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김 사장은 “200여 개국이 참가하는 세계 수영 축제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회 성공을 위해 안정적 전력공급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공식 후원협약을 맺기는 했지만 이번 지원을 놓고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업무협약식은 애초 9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경제 성과회의 참석 등 김 사장의 일정을 이유로 미뤄져 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이날에서야 열리게 됐다. 

게다가 한국전력이 광주전남지역 빛가람혁신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국내 최대 공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원액은 다소 적다는 의견이 많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액과 비교하면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한국전력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원 협약을 맺었고 후원 규모도 800억 원으로 공기업 중 유일한 공식파트너에 올랐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파트너는 민간기업을 포함해도 11곳에 불과했다.

더욱이 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강원랜드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후원한 150억 원과 비교해도 한국전력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원은 작은 수준이다. 강원랜드의 매출은 한전의 4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종합대회인 올림픽과 단일종목 대회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전력의 지원액이 적다는 시각이 많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 등과 함께 세계 5대 대형 스포츠행사 중 하나다. 이번 광주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194개국 75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규모인 92개국 6500여 명보다 오히려 많다.

이 떄문에 한국전력이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선 배경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한국전력의 실적 부진도 큰 이유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최근 한국전력을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배임 등 문제제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한국전력은 2018년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다. 소액주주들은 최근 김종갑 사장이 정부정책을 따르다 적자를 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김 사장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특히 이들의 고발내용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800억 원을 후원한 일도 들어 있다. 김 사장이 적자 속에서 선뜻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대규모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공공기관의 참여 수준은 평창동계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온도차이가 극명하다. 공기업 맏형인 한국전력의 소극적 태도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대회의 입장권 1천만 원어치를 구매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입장권 구입만 1억 원에 운영비로 20억 원을 지원한 것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가스공사는 한국전력과 반대로 지난해 3년만에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기에 이번 지원 규모가 더욱 눈에 띈다.

한국마사회는 2천만 원 규모 입장권을 구매해 이번 대회를 후원한다. 마사회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입장권을 제외하고 50억 원을 후원했다.

이번 대회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러 차례 대회 지원을 요청했다. 대회를 한 달 앞둔 6월13일 국정현안점 검조정회의에서 “입장권 판매가 아직 44%를 조금 넘은 정도”라며 “각 부처와 공공기관 직원들이 경기를 많이 관람해 달라”고 직접적으로 공공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