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신한금융지주의 눈높이에 맞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체계와 성과지표 등을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11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를 대상으로 한 6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8월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오늘Who]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4조 덩치' 걸맞는 수익부담 가득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3월 말 기준 3조4092억 원인데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 이어 6번째로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선다.

이번 유상증자는 원래 6월에 진행하기로 했지만 한차례 미뤄졌다.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융투자에 구체적 경영 효율화방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 달 반 가까이 신한금융지주와 신한금융투자가 머리를 맞대고 사업계획을 놓고 논의하면서 자칫 일정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 됐지만 예정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융투자의 경영계획을 꼼꼼히 살피는 등 지주의 눈높이가 예상보다 높았던 만큼 김 사장은 취임 첫 해에 지주의 자금 지원을 얻어낸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야하는 부담도 한층 커졌다.

지주 이사회에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과 허용학 홍콩 퍼스트브리지 스트래터지(First Bridge Strategy Ltd) 대표 등 투자금융에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올해 초 합류한 점도 지주의 눈높이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인수합병이나 계열사 유상증자 등 자금을 투자할 때 그룹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를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자본이익률(ROE)는 3월 말 기준 10.6%로 지난해 말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신한캐피탈 등이 선전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의 자본이익률은 1분기 기준 8.3%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보다 0.7%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3.7%포인트 떨어졌다.

신한금융지주가 2016년 신한금융투자에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3조 원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만들었지만 신한금융투자가 늘어난 덩치에 걸맞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자본이익률이 2015년 8.9%에서 2016년 4.2%로 반토막 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융투자 지원을 놓고 한층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다.  

신한금융지주가 이번 유상증자를 우선주 형태로 실시하는 것 역시 커진 덩치에 걸맞은 수익을 거둬 배당을 통해 갚으라는 의도가 담겼다.

김 사장은 이런 지주의 뜻에 맞춰 자본을 다루는 부서가 수익에 더욱 초점을 맞추도록 핵심성과지표(KPI) 및 실적연동 성과급(PSR)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와 꾸준히 협의하며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4조 원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설 데 미리 대비해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기존에 3개 본부로 꾸려졌던 글로벌투자금융(GIB) 영업조직을 5개 본부로 확대해 대체투자, 기업금융, 투자금융, 구조화금융 등 기능별 본부체제를 꾸렸다. 영업력을 뒷받침 해줄 경영지원그룹과 심사를 깐깐하게 하기 위한 심사2부도 각각 신설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초에 외국계증권사에서 영입한 이재원 전무에게 투자금융본부장을, 황제이슨 전무에게는 기업금융본부장을 각각 맡겼다.

외부 전문가를 통해 신한금융투자의 투자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김 사장도 동양증권에서 23년 동안 일하다 2012년에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린 경험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업권별로 1등 계열사를 만들겠다는 ‘2020 프로젝트’를 코앞에 두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지주도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며 “김 사장 역시 취임 첫 해부터 전문분야인 투자금융 영업력 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