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가 김정주 NXC 대표이사의 매각 실패 이후 넥슨코리아를 재정비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번에 넥슨 매각이 무산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게임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점이 꼽히는 만큼 인수합병 추진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재정비 과제 안아 인수합병 추진에 속도낼까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9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 등 매각자 측은 최근 인수후보자들에게 매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대표는 이메일을 보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인수후보 기업들이 거래대금을 놓고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결과적으로 현재 넥슨이 내고 있는 성과가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은 셈이다.

김 대표는 매각설이 불거진 뒤 보도자료를 통해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말해 넥슨 매각에 불을 당겼다.  

그러나 매각 추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직원들의 충성도와 회사 지배력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2006년 넥슨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고 2016년 등기이사직까지 반납했다. 김 대표가 이제 와서 경영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만큼 이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넥슨코리아를 재정비하고 기업가치를 올릴 방안을 찾아야 할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넥슨코리아는 넥슨(일본법인)의 100% 자회사로 게임사업 대부분을 주도한다. 

업계는 매각절차 초기부터 넥슨이 ‘던전앤파이터’ 의존도가 높고 수 년 동안 새 흥행 게임을 내놓지 못한 점 등을 들며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넥슨은 대부분 매출이 ‘낡은’ PC온라인게임에서 나와 모바일환경에 대응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넥슨코리아는 상반기에 자체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크레이지아케이드BnB M’과 신규 모바일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트라하’ 등에 힘을 쏟았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우선 모바일게임부문을 강화하고 신규 흥행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2018년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2017년 12월 대표에 선임된 뒤 제주도에서 김정주 대표를 만났다”며 “모든 고정관념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넥슨은 여러 참신한 시도들을 해왔지만 앞으로 다양성 속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넥슨이 ‘잘하는 것’으로 ‘인수합병’을 가장 먼저 꼽는다. 

넥슨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 개발회사인 위젯스튜디오를 시작으로 2005년 엔텔리전트, 2006년 두빅엔터테인먼트, 2008년 네오플, 2010년 엔도어즈와 게임하이, 2011년 JCE, 2015년 불리언게임즈, 2018년 넷게임즈 등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다이어트’를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처럼 인기가 떨어지는 게임도 비용을 들이면서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넥슨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넥슨이 현재 운영하는 게임은 60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어둠의전설’, ‘아스가르드’ 등 일부 게임은 이용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넥슨코리아는 올해 들어 ‘니드포스피드’와 ‘히트’ 등의 운영을 종료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넥슨코리아는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임금상승률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비용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줄면서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2018년 6월 넷게임즈를 인수한 뒤 손상차손이 크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